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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Sep 11. 2018

'원 테이크' 영화 제작 분투기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One cut of the dead)>


*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좀비 장르를 차용한,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B급 코믹 호러를 표방하지만 그저 좀비 영화인 줄 알고 보게 된다면 뒷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을 가능성이 높다. 기발한 형식, 생생한 캐릭터 등 요소요소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폭발적인 웃음을 이끌어내는 절묘한 편집과 B급 정서가 백미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별난 영화적 체험을 안겨 준다. 허술하고 엉성한 연기와 연출, 촬영으로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 보이는 초반부가 지나가면 뒤로 갈수록 하나하나 퍼즐이 꿰어 맞춰지며 비로소 완벽한 구성의 영화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러니 부디 앞부분만 보고 지레 실망해서 뒷부분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가급적 사전 정보 없이 영화 보기를 권하고 싶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크게 영화 속 영화(실은 TV 좀비 채널 개국 기념으로 방영하는 생방송 원테이크 좀비물) 장면을 보여주는 초반부와 그 영화를 만들기 위한 주변부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중후반부로 나뉜다. 좀 더 세분화하면 37분간의 원 테이크로 구성된 영화 속 좀비 영화, 그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기획 및 준비 단계, 영화 촬영 현장 등 3부로 구성되며 이후 실제 메이킹 장면까지 더해진다. 


초반 원 컷으로 촬영된 좀비물은 어딘가 이상하다 싶은 지점들이 있다. 배우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카메라 안팎을 넘나드는 괴이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카메라는 동선이 꼬인 듯 용납하기 어려운 움직임으로 인물을 따라간다. 카메라 밖에서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의혹이 풀리지 않는 상태에서 1부가 끝난다. 


그 다음부터가 진짜다. 영화 속 영화가 어떻게 기획됐는지, 촬영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따라가는 중후반부에서 영화적 설정의 진실이 절묘하게 밝혀지는데 그 쾌감이 상당하다. 소모적으로 쓰인 캐릭터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모든 인물의 개성이 살아 있고 또한 유기적으로 잘 맞물린다. 게다가 영화 제작 현장의 역동성과 애환을 코믹한 터치로 버무렸기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유쾌한 정서적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무려 37분간의 원테이크 장면이 여타의 영화들에 비해 의미를 논할 수준이 못 되는 건 영화상에서도 방송계의 '생방송 원컷 원씬'의 기획 의도 자체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에만 그칠 뿐 완성도는 뒷전이기 때문이다. 극중 촬영 장비가 망가져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결말부 촬영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감독과 대치하며 "이걸 누가 본다 그래?" 하고 반문하는 방송 프로듀서의 태도에서 그 점이 잘 드러난다. 


영화의 뒷이야기를 찾아보니 전반부 원테이크 장면은 총 여섯 테이크로 촬영됐다고 한다. 좀비 영화 특성상 NG가 나면 분장을 다듬고 재촬영하는 데 시간이 걸려 하루에 최대 2~3회 찍을 수 있었고 마지막 여섯 번째 테이크에서 오케이 사인이 났다는 후문. 한 번 NG가 날 때마다 도로 원점에서 찍어야 하는 배우와 스탭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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