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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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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Feb 24. 2020

꿈의 조각

#꿈의 기록: 그런 말을 한 적은 한번도 없었지

여러 꿈을 꾸었다. 대부분 기억나지 않고 몇몇 장면만 흐릿하게 기억난다. 엄마, 동생과 나. 우리는 카페 같은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중이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연신 맛있다고 되뇌었다. 그러면서 뭐가 제일 맛있느냐고 엄마에게 물었는데 뭐라고 대답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엄마와 무척 살갑게 대화를 나누었던 듯싶다. 평소와는 다르게.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가던 장면이 떠오른다. 나는 머릿속으로 루트를 그려보았다. 이 버스를 타면 어디 어디를 거쳐 그리로 도착할 테지. 평소라면 지도 앱을 켜고 수시로 들여다봤겠지만 웬일인지 머릿속에 훤히 그려졌다. 버스 안은 학생들로 붐볐고 혼잡했다. 손잡이를 잡고 선 채 사람들을 둘러보며 학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구들과 포켓볼을 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d와 y가 함께 있었다. d가 게임을 지배했다. 온갖 포즈를 취하며 거의 혼자 치다시피 하는 통에 나는 큐를 잡아 보지도 못했다. 그러고 보니 y도 나와 비슷한 처지였다. y와 나는 d의 현란한 플레이를 넋 놓고 바라볼 뿐이었다. 여자친구와 평소 포켓볼 치러 많이 다녀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그들은 아마 포켓볼에 관심도 없을 텐데.


또 다른 상황이 펼쳐졌지만 기억이 나지 않고 다만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동생이 내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 얼마나 어색할까. 내게 말은 안 했지만 상당히 뻘쭘한 상황이 많았을 거야. 함께했던 술자리를 떠올려 보니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던 동생의 표정이 그려졌다.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렇지만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2020년 2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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