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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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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Feb 24. 2020

마감의 압박

#꿈의 기록: 마감의 압박

어느 밤, 기다란 구조로 되어 있는 한 숙소에서 출구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줄곧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언뜻 트레일러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는데 문을 열고 나아갈 때마다 많은 사람과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지나쳐야 했다. 어느새 나는 집 근처(현실의 우리 집) 마을버스 종점 부근에 와 있었다. 나는 어떤 일감을 의뢰받은 상태였는데 일정한 주제로 짧은 분량의 기사를 써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그 소문이 왜, 어떤 경로로 퍼졌는지 모르지만 동네 주민들이 너도나도 무슨 기사를 쓰느냐고 정신없이 물어보는 통에 부담이 커졌다.


장면이 바뀌고 어느 방 안. 나는 데스크톱으로 어떤 게임을 해보려는 참이었다. 사람들이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다가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려나. 하지만 뭔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시간만 허비하다 그만두고 말았다. 어느새 아침이 밝았다. 불현듯 아직 원고를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앞섰다. 데스크톱 앞에 앉으려 했는데 책상이 지저분해 뭘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책상 위에 놓인 것들을 하나씩 치우다가 손에 뭔가 끈적한 게 묻었다. 불쾌했다.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는데 갑자기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렸다. 순간 엄마가 잠에서 깰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엄마 집이었던가? 서둘러 방에 가보니 그사이 h가 소리를 줄여놓았고 나는 잘했다고 해주었다. 엄마가 데리고 사는 우리 집 강아지들이 방으로 들어왔는데 그중 한 아이가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훈련된 대로 단어를 내뱉을 줄 안다고 할까. 마치 앵무새가 그러하듯. 그것을 본 h는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그 정도는 충분히 훈련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해주었다. 나는 그 아이를 들어 올리며 한껏 예뻐해 주었다.


2020년 2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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