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San Cristóbal de las Casas)에서 이틀째 밤. 다음날 아침 과테말라 빠나하첼행 버스를 예약하고 거리로 나섰다. 날이 잔뜩 흐렸다. 우기인지라 날씨 변덕이 심하다. 해발 2100m 위에 위치한 고지대라 춥기까지 하다.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의 건물은 파스텔 톤의 색감을 지녔다. 유럽식 좁은 자갈길과 건축 양식이 두드러진다. 식민지 건설을 위해 조성된 계획 도시의 특징이 잘 보인다. 돌로 이루어진 차도와 인도는 비로 흠뻑 적실 때 더욱 걷고 싶어지도록 유혹한다.
과일과 채소로 가득한 재래시장과 민예품 시장은 한번 둘러보기 시작하면 눈길을 떼기 어렵다. 시장 상인 곁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시장의 풍경은 언제나 정겹다.
첫날 묵었던 숙소에서 엄마 대신 데스크를 지키고 있던 아이.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았던 콜로니얼 시대의 교회와 성당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노란 조명이 깔리는 밤거리는 목적없이 이리저리 거닐도록 여행자들을 충동질한다.
고산지대라 기온이 낮고 비가 자주 온다. 비 온 뒤 거리는 한껏 투명해진다.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는 스페인 식민 지배 시절부터 군림한 자본 권력층을 향해 원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요구하며 봉기한 사빠띠스따 민족해방군(EZLN)이 거점으로 삼고 저항했던 도시다. 버스터미널에서 시 중심지로 향할 때 지나게 되는 ‘인수르헨떼스(Insurgentez)’ 거리는 이들 반군이 1994년 1월 1일 걸어들어온 곳이기도 하다. 혁명에 대한 신화와 마야 문명에 대한 향수가 맞물려 여행자들은 늘 이곳으로 몰린다. 낭만을 좇는 외국인들 틈에서 남루한 옷차림의 원주민 후예들이 근근이 살아가는 모습이 주객이 전도된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