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국경을 통과하다

과테말라 파나하첼

by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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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에서 아침 일곱 시부터 대기하고 기다리다 여덟 시가 다 되어갈 때쯤 버스를 탔다. 과테말라를 향해 출발했다. 점심 무렵 멕시코와 과테말라 출입국 사무소를 지나 과테말라 국경을 통과했다. 걸어서 국경을 통과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여권에 도장만 몇 번 찍으면 끝이라니, 기분이 묘했다. 곁에서 환전상들이 계속해서 달라붙었다.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각각 출국세와 입국세를 내도록 한다고 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런 요구는 없었다.


이곳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한참을 달렸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내렸다.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에서 과테말라 빠나하첼까지 10시간 걸린다더니 12시간이나 걸렸다. 폭우로 인해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났고 도로가 엉망이 되었다. 산골 마을만 끝없이 보였다. 대체 이런 곳에 제대로 된 도시가 있을까 싶었다. 고작 저녁 7시를 넘겼는데 어두워서 보이는 게 없었다. 빠나하첼 거리는 지금껏 멕시코에서 봤던 몇몇 도시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산골에 있는 한 작은 마을 정도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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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 론리플래닛을 뒤적이며 알아봤던 곳과는 다른 숙소를 잡았다. 125께찰에 잡았으니 싼 가격은 아니다. 조경은 예뻤지만 좀 더 저렴한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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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마야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마야 문화와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분위기다. 원주민 비율이 상당히 높은 듯하다. 툭툭이라 불리는 삼륜차가 택시 노릇을 하는데 소음과 매연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좁은 도로에 온갖 자동차와 자전거, 잡상인, 행인, 걸인, 큰 개 들이 지나다닌다. 여긴 정말이지 집채만 한 개들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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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로 나가보니 그 유명한 아띠뜰란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아쉽게도 날이 온통 흐린 탓에 생각보다 큰 감흥을 얻지는 못했다. 과테말라의 대표적인 명소로 잘 알려진 아띠뜰란 호수는 지금으로부터 약 8만4000년 전 화산 폭발로 생겨난 칼데라 호수다. 아띠뜰란, 똘리만, 산 뻬드로 등 여러 화산군에 둘러싸여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크기는 백두산 천지의 14배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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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운영한다는 Hotel el sol을 찾아 나섰다. 여긴 생각보다 훨씬 멀었다. 짐이 무거워 체감거리가 길다고 느꼈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도 멀었다. 이곳 도미토리는 60께찰. 모든 시설이 깔끔하고 넓은 도미토리 4인실을 나 혼자 차지할 수 있어 좋았다. 일본인 할아버지도 무척 친절했다. 이곳에서 제대로 샤워를 하고 세탁물을 맡긴 뒤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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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처럼 돌아다니다 채식 옵션이 있는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베헤따리아나(vegetariana)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전날부터 거의 먹지를 못해 쓰러질 지경이었는데 요기를 하고나니 살 것 같았다. 먹는 동안 주방에서 아주머니들이 웃음 바이러스가 퍼졌는지 숨이 넘어갈 정도로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그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쩜 그리들 맛깔나게 웃으시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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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들러 바지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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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동선을 짜고 계획을 세우며 하루를 마감한다. 밤이 깊어갈 때면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특히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짧은가를 늘 실감한다. 얼마나 충실한 하루를 보냈는지 상기하고, 이토록 안락하게 잠들 곳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안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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