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산 페드로에서 체류 시작
아띠뜰란은 화산이 함몰하여 형성된 호수다. 그 크기가 백두산 천지의 14배에 이르는 아띠뜰란은 해발 1562m의 고원에 위치하고 있다. 호수 가까이 내려앉은 구름이 장관을 이룬다. 호수 주변에는 인디오들이 사는 여러 마을이 있다. 배를 타고 마을과 마을을 이동하며 여행하기 좋고 유유자적하는 마을 생활에 매료되어 장기 체류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란차(배)를 타고 아띠뜰란 호수 너머 산 뻬드로로 건너갈 생각에 아침부터 무척 설렜다. 이른 시각부터 미리 계획된 일정을 앞두고 있으면 미묘한 긴장이 발동하기 마련이다. 현지인에게 스페인어도 배우기로 마음먹었으므로 나로선 상당한 도전이기도 했다.
선착장 근처로 가자 호객꾼들이 달라붙었다. 한 청년을 따라가며 가격을 물어보니 50께찰을 요구했다. 가격이 얼마인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비싸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자 “실은 25께찰이야”하고 웃으며 꼬리를 내린다. 이곳에서 가격 흥정은 필수다. 늘상 있는 일이기에 주도권을 내줄 이유가 없다.
란차를 타고 호수 주변의 여러 마을을 갈 수 있다. 낡은 보트지만 물 위를 달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즐거움, 속도가 주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겐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하나의 액티비티로 여겨질 정도였다.
산 빼드로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바라본 아띠뜰란 호수는 무척이나 빛났다. 체 게바라가 "이곳에서는 혁명가로서의 꿈도 잊게 한다"고 했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마을 한 구석 담벼락에 체 게바라의 얼굴을 그려놓았다.
함께 배를 탔던 여행자들과 마찬가지로 숙소를 잡으러 간다. 세계 각지에서 히피 또는 히피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돌아다니다 보면 온갖 한량들을 다 만나게 된다.
선착장 주변에 음식점, 카페, 술집 등이 밀집되어 있다.
시장 골목을 누비는 삼륜차 툭툭(TukTuk)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숙소를 잡을 때 장기 투숙하겠다고 하여 전망 좋은 방을 싼 가격에 묵을 수 있게 됐다. 사실 저렴하기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한데 그만큼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호텔 주인이 스페인어 교사를 소개해줬는데 이 아주머니가 어떤 자격이 있는지, 실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 길이 없었으나 몇 번의 가격 협상 끝에 저렴한 수강료로 합의를 보았다. 그런 뒤에 퍼뜩 든 생각. 스페인어 학원에 등록하기로 해놓고 나는 무슨 짓을 한 거지.
산 뻬드로 거리는 소박하다. 건물도 낡고 허름하다. 그럼에도 특유의 멋스러움이 배어 있다고 해야 할까.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그러한 인상은 순전히 이 마을에서 풍기는 어떤 정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잡아끌려는 음식점과 가게, 숙소, 모든 것이 낡고 허름하지만 내 눈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호숫가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