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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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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Mar 10. 2020

선생님의 부재

꿈의 기록

꿈속에서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몇몇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 집합했다. 다들 이유는 몰랐고 선생님이 그런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아이들이 줄을 맞춰 건물 본관 앞에 서 있었다. 한참 그러고 서 있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운동장 구석 건물 한쪽 끝 부근으로 위치를 옮겼다. 선생님이 시킨 거라고 우리 중 한 녀석이 말했다. 선생님은 아직 출근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뭐야, 저 녀석에게만 따로 연락한 걸까? 나는 분통을 터뜨렸다. “아니,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아침부터 30분이 넘도록 서 있는 게 말이 돼? 선생님은 여기 있지도 않잖아!”


시간이 지나자 대열이 조금씩 흐트러졌다. 선생님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서 있는 데 지친 아이들이 딴 곳에 가서 앉거나 노닥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목이 말라 한 친구에게 다가가 물을 좀 달라고 했다. 그 친구는 내가 전경으로 복무하던 시절 늘 내 속을 썩였던 후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기수 아래였지만 6개월이나 차이가 났던 그 후임은 시키는 일이라면 뭐 하나 제대로 해내는 법이 없었다. 휴가를 나가 미복귀하는 바람에 소대를 뒤집어 놓기도 했다. 그런 기억이 떠오르자 곧 불쾌해졌다. 녀석은 들고 있던 페트병을 나에게 건넸다. 입에 물을 가득 머금은 상태로 나는 고맙다고 웅얼거렸다.




학교와 관련한 꿈을 자주 꾼다. 학창 시절을 떠올리거나 동창들과 연락하거나 하는 일도 없는데 어쩐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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