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록
꿈속에서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몇몇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 집합했다. 다들 이유는 몰랐고 선생님이 그런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아이들이 줄을 맞춰 건물 본관 앞에 서 있었다. 한참 그러고 서 있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운동장 구석 건물 한쪽 끝 부근으로 위치를 옮겼다. 선생님이 시킨 거라고 우리 중 한 녀석이 말했다. 선생님은 아직 출근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뭐야, 저 녀석에게만 따로 연락한 걸까? 나는 분통을 터뜨렸다. “아니,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아침부터 30분이 넘도록 서 있는 게 말이 돼? 선생님은 여기 있지도 않잖아!”
시간이 지나자 대열이 조금씩 흐트러졌다. 선생님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서 있는 데 지친 아이들이 딴 곳에 가서 앉거나 노닥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목이 말라 한 친구에게 다가가 물을 좀 달라고 했다. 그 친구는 내가 전경으로 복무하던 시절 늘 내 속을 썩였던 후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기수 아래였지만 6개월이나 차이가 났던 그 후임은 시키는 일이라면 뭐 하나 제대로 해내는 법이 없었다. 휴가를 나가 미복귀하는 바람에 소대를 뒤집어 놓기도 했다. 그런 기억이 떠오르자 곧 불쾌해졌다. 녀석은 들고 있던 페트병을 나에게 건넸다. 입에 물을 가득 머금은 상태로 나는 고맙다고 웅얼거렸다.
학교와 관련한 꿈을 자주 꾼다. 학창 시절을 떠올리거나 동창들과 연락하거나 하는 일도 없는데 어쩐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