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툴룸 해안가의 푸른 낭만
툴룸은 마야인의 마지막 해상무역도시로 마야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툴룸 해안가는 칸쿤에 비하면 지극히 소박하다. 작은 규모지만 카리브해의 에메랄드 빛 낭만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허니문을 즐기러 온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칸쿤보다는 한결 여유롭다. 유적 탐방과 각종 투어도 좋지만 낡아빠진 자전거를 빌려 마을과 해안가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사람이 많지 않은 숙소를 잘 골라 다녔는데 이번에는 그런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해안가라 그런지 대부분의 숙소 가격이 비싼 데다 빈 방을 찾기도 어려웠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려니 숙소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견뎌 보자는 심정으로 가격이 싼 호스텔의 도미토리를 잡았으나 이내 후회가 밀려왔다. 그곳에선 클럽을 방불케 하는 음악이 줄곧 흘러나왔으며 히피스러운 사람들이 즐비했다. 처음 숙소를 둘러볼 때에도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있었으나 설마 밤중에도 그러하리라곤, 내내 파티 분위기가 지속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내 방은 4인 도미토리였는데 옆 침대에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한 백인 남자애가 한량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 페이퍼백 소설책 한 권을 펴 든 채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자기는 캐나다에서 왔으며 여자친구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심드렁하면서 시니컬한 말투가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그가 내뱉는 모든 문장에 비속어가 섞여 있었다. 움직이는 걸 어찌나 귀찮아하는지 침대 밖을 벗어나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내가 툴룸에 머무는 동안 그는 어디에도 나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온종일 밖을 쏘다닌 다음 저녁 무렵 숙소에 돌아오면 그는 내가 어디에 다녀왔는지를 궁금해했다. 사람들이 어디 다녀왔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그날 하루의 무료함을 달래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