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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타 Aug 24. 2020

풍경과 상처

photo by Arif Ibrahim

젊었을 때 나는 슬펐으며
나이 든 지금 또한 슬프다.
그래, 언제 내가 즐거울 수 있으리?
곧 나아지겠지.
- 베를톨트 브레히트,
<좋지 않은 시대의 사랑 노래>


삶이 고단하다. 늦은 밤 머리에 짐을 이고 다리를 건너는 여인의 뒷모습은 하루하루 전쟁 같은 생존의 고군분투다. 비루한 삶은 계속된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까?


그저 순순히 세상이 떠미는 대로, 보이지 않는 손이 뒷덜미를 잡아 끄는 대로 살아왔다. 남들처럼 졸업을 하고, 남들처럼 직장을 구하고, 그저 남들을 따라 열심히 항해를 했을 뿐인데 어느덧 배는 낡아 바다 한가운데 이르러 사방을 둘러보니 막막하기 그지없다. 이제 어디로 향해 가야 하나? 알베르 까뮈의 말처럼 “인생은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면 그래, 시궁창 같은 세상이라도 끈질기게 살아보자, 가늘고 길게 폭력보다 오래 살아남자 젠장.


인생은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불타버리는 것이다.
- 알베르 까뮈, <시지프 신화>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는 작가 김훈의 말처럼, 산다는 건 상처를 가슴에 안고 풍경을 건너는 일이다. 우리 삶이 그토록 처연한 것은 비극을 경험하고, 상처 받고, 비로소 흔적으로 남은 흉터와 아문 기억의 잔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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