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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타 Aug 29. 2020

별의 목소리

목련 향기가 그윽하게 풍겨오는 옅은 어둠 속에서
내 마음은 까닭없이 부풀어 오르고, 떨리고,
흔들리고, 아픔으로 차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천천히 긴 시간이 걸려 그것은 지나갔고,
그 뒤에 둔탁한 아픔을 남겨놓았다.
-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남겨두고 지구를 떠난다.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여자아이는

점점 다른 시공간으로 멀어져 간다.


남자아이는 어른이 되어 간다.

여자아이만이 언제까지나 15살이다.

남자아이는 생각한다.

마음을 굳게 강하게 냉철하게 가질 것.
절대 열릴지 않을 문을 언제까지

두드리고만 있지 않을 것.

혼자서라도 어른이 되어갈 것.


있잖아, 우리는 우주와 지상으로 헤어지게 된 연인 같아.

미카코, 사실은, 널, 많이 좋아했어.
 

24살이 된 노보루, 나는 15살의 미카코야.

있잖아, 노보루! 너와 함께 어른이 되고 싶었어.

봄흙의 부드러움이라든가 가을바람의 내음,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한밤중에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와
소나기 내리는 아스팔트의 냄새 같은 것들을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느끼고 싶었어.


노보루, 난 여기에 있어.

여기서 광변 무대한 우주의 시간을 살고 있어.

난 아직 여기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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