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Arif Ibrahim
수십 년째 단출한 작업실에서 일해온 신발 수선공에게 가난이 주는 삶의 단순성과 함축성.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 법정 스님, <무소유>
현대인은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삶을 사는데도 아이러니하게 더 큰 공허감을 느낀다. 정서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빨리 싫증을 느낀다. 패스트 패션의 시대, 생산자는 값싸게 노동력을 착취해서 옷을 만들어 낸다. 소비자는 제대로 된 생태학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새 옷을 사고 또 버린다.
나 역시 무분별한 소비로 물건을 사들이고 금세 싫증이 나서 내다 버렸다. 버리지 못한 채 쌓아두면 고개를 돌릴 때마다 시선에 걸리며 마치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처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갔다. 마치 자본주의라는 매트릭스에 갇혀 보상을 받기 위해 계속 버튼을 누르는 실험용 쥐처럼 길들여졌던 것이다.
‘충분함’이라는 단어에 만족할 줄 모르는
자에게 충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에피쿠로스
지금은 삶을 단순하게 줄이는 중이다. 쓸만한 물건은 나누고 짓눌렀던 관계는 정리하면서 공기처럼 몸과 마음을 가볍게 비우고 훨훨 날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