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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Apr 08. 2019

인도의 음식이야기(1)

인도의 주식은 정말 '커리'일까?

인도의 음식은 인도 뿐만 아니라 인도의 주변국가들인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부탄, 아프가니스탄 등에 영향을 끼쳤으며 넓게는 터키와 아랍권의 국가들을 망라하기도 한다. 인도 대륙을 기반으로 발달한 인도의 음식문화는 수천 수백년 전부터 종교, 문화적으로 뒤엉키며 인도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고루 전파되었다. 영국 식민지 통치 하에 있기 아주 오래 전부터 이미 서구권 국가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했기 때문에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거리낌 없이 수용해 발전시켜오기도 했다. 인도 대륙에서 생활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 이민, 이주 등을 통해 타 국가들과 섞였고, 특색이 뚜렷한 인도의 음식문화는 성향이 전혀 다른 국가들에서도 잘 유입되어 변화되었다. 인도요리가 국내에서도 제법 대중화되어있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인도는 단일음식, 단품음식을 선호하기보다 다양한 맛과 향료들을 혼합하여 만드는 것을 즐겨하는 국가다. 이와 같이 다양한 음식과 향을 섞어 만드는 것을 '마살라(Masala)'라고 한다. 마살라는 여러 가지 재료를 기호에 따라 사용자가 직접 섞을 수 있지만 현대에는 대체로 '가람 마살라'라는 인스턴트로 판매되고 있는데, 이 외에도 수천 수만가지의 마살라가 존재하고 있어 인도 식문화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흔히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 판매되는 카레가루는 이 마살라가 대륙을 넘어 유입되면서 순화된 것이다.



인도는 채식주의국가?


인도는 채식주의자들이 살기 좋은 국가로 손꼽히는데, 모든 음식과 식품들에 아주 엄격하게 채식과 비채식이 구분되어있다. 초록색 동그라미가 있는 음식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음식은 비채식 음식으로 구분되어 보기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튀김류의 간식들은 대체로 채식음식들인데 이런 간단한 조리에도 젤라틴 등의 동물성분이 첨가된다면 아주 크고 확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표기를 해놓는 편이다. 종교적인 성향이 강한 국가다보니 일상 생활에서도 엄격하게 채식/비채식을 구분하는 편이며, 아주 오래 전부터 이 관습을 유지하고 있기에 특별히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없고 그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곳에도 채식/비채식의 메뉴가 확연하게 나누어져 있고, 아무리 작은 가게, 작은 식품이라고 해도 이 표기를 지키는 편이다. 음식 뿐만 아니라 생활소품들에도 표기되어 있다. 대체로 비채식 습관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 같은 국가에서 인도를 찾는다면 몹시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작은 간식거리에도 채식/비채식이 모두 구분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에서 아예 고기를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채식을 선호하는 문화이긴 하지만 워낙 다양한 종교와 문화들이 엮어져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인도를 '채식국가'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힌두교는 소고기를 먹지 않고 이슬람교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소나 돼지고기 등의 육고기를 잘 다룰 수 없는 곳이 많아 자연스럽게 퇴화되었고, 대신 이 모든 습성을 아우를 수 있는 닭고기의 소비와 조리법이 크게 발달했다. 인도에서 소나 돼지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고 육질이 좋지 않은 데다가 염소, 물소 고기 등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무척 맛이 없고 생소하다. 바다가 인접한 지역에서는 다양한 해산물을 먹기도 한다. 인도에서  완전히 채식을 지키는 사람은 그리 많은 비율을 차지하진 않으며, 닭고기나 생선, 혹은 유제품 등까지 허락하는 느슨한 채식주의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식품 등에 비채식/채식 표기 없이 판매를 하거나 유통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이와 같이 구분하고 있기에 지키는 사람들은 정말 엄격하고 철저하게 구분하여 섭취한다.


인도에서 보기 드문 웰던의 양고기 스테이크. 고아에서 먹었다.

인도에는 정말 커리 밖에 없을까?

 

인도에서는 '카레'를 '커리'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카레음식이 맞긴 한데 한국이나 일본에 유통되어 유행하는 그 카레의 성질보다는 좀 더 진하고 여러 가지 맛이 섞인, 소위 말해 더 '깊은 맛'을 내는 음식을 '커리'라고 한다. 인도에 커리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커리가 가장 대중화되어 있는 인도 음식이며, 대표적인 음식이라 부를 수는 있다. 다만 인도의 주식을 단지 '커리'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이유는 땅덩어리가 워낙 넓기 때문에 기후와 관습 차이의 격차가 크기 때문인데, 남인도와 북인도의 기후와 언어, 종교, 문화가 너무나도 다르고 인도 내에서도 수 십 개의 도시들마다 주식으로 먹는 음식이 제각각인 만큼 커리라는 음식 하나만으로 인도를 포괄할 수는 없다. 다만 인도는 밀가루 등을 반죽해 만든 구운 빵류(로티, 짜파티, 난)를 전국적인 주식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이것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반찬이 필요하고 그 반찬류에 속하는 것이 대체로 커리이기 때문에, 기본 밀가루, 쌀 베이스의 빵과 떡 등에 무언가를 찍어먹고 곁들이는 문화에 기인하여 커리라는 음식이 주류 음식으로 자리잡힌 것이다.


인도의 흔한 현지 커리 3인분. 로컬 식당에선, 이정도에 인당 30-50루피(1000원 내외) 정도 받는다.

북인도 음식과 남인도 음식

 

인도를 반으로 뚝 자르면 크게 북부와 남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북/남부의 음식성향이 엄청 다르다. 인도를 여행중인 분들이나 인도여행을 앞두고 있는 분들께 일정이 아주 촉박하지 않다면 남인도까지 내려가보시라고늘 권하는 이유는 바로 이 음식문화 차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북인도는 연노란색, 남인도는 빨간색 지방을 말한다. / 지도출처: 위키

북인도는 남부보다 습윤하지 않고 밀농사가 잘 발달해있어 주식은 대부분 밀가루 기반의 구운 빵류, 난/차파티/로띠 등이다. 음식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랗고 둥글둥글하고 납작하게 두드려 화덕에 구워낸 빵이 이것들이다. 북인도는 '인도음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특유의 향이 녹아있는 음식들이 많다. 대부분 커리나 처트니 등 주식인 밀에 곁들여 먹는 향료들에서 나는 냄새가 이에 속한다. 북인도는 대체로 색감이나 냄새가 강한 항료를 많이 쓰는데 이는 고대 인도에서부터 내려오던 습관이기 때문에 종교적 성향에 어느 정도 기대고 있다. 북인도의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탄두리 치킨'으로, 각종 소스(마살라)와 요거트 등 부재료를 바른 후 오랜 시간 숙성하여 화덕에서 구워내는 요리다. 한국식 양념, 후라이드 치킨과 같은 맛은 나지 않지만 좀더 건강하고 독특한 맛이기도 하고, 인도에서도 별미에 속한다.


보급형(테이크아웃) 탄두리치킨. 싼 가격은 아니지만 치맥이 생각날 때 종종 먹곤 했다.
'리얼' 탄두리 요리 한상 차림. 화덕에서 바로 꺼내와 그릇에 앉아 찢어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난, 로띠, 짜파티 등은 각각의 집마다 구워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남인도는 벼농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에 빵보다는 쌀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음식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쌀과 밥을 이용한 음식들이 많으며 쌀을 반죽해서 둥글게 떡처럼 만들어 먹는 '이들리'를 주식으로 한다. 식감 자체는 한국의 술빵과 비슷한데 담백한 맛이 더 강하며 자극적이지 않아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맞는 편이다. 남인도의 대표적 음식 중 하나는 '도사'라는 음식인데,  얇은 크레페반죽 같은 것을 크게 구워 안에 각종 재료를 넣고 말아내는 음식이다. 이때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천차만별로, 주로 마살라를 곁들인 야채볶음이나 치즈, 양파 등의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이 또한 남인도의 별미 중 하나로 북인도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이기 때문에 북인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다. 또한 남인도는 바다와 근접한 도시들이 많아 해산물요리가 아주 발달한 편이라 생선을 양념해서 구워내기도 하고 새우나 한치 등을 이용하여 커리를 만드는 등 북인도와는 전혀 다른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


남인도의 별미, 도사
남인도의 또다른 별미, '우타빰'. 빈대떡, 파전 같은 맛이 난다.

북인도와 남인도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음식은 '비리야니'라는 볶음밥이다. 다만 북인도와 남인도는 쌀의 종류 자체가 달라서 이 볶음밥 자체도 차이가 있다. 북인도는 '비스마티'라는, 훌훌 불면 날아가는 아주 가볍고 얇은 종자의 쌀을 재배하고 있고, 남인도는 이보다 통통하고 습기가 많고 짧고 굵은 종자의 쌀을 재배한다. 비교적 서늘한 북인도와 비교적 무더운 기온을 유지하는 남인도의 기온이 다르기 때문에 쌀과 비슷한 농작물의 재배 시기, 종류 자체도 현저히 다른 편이며 같은 쌀요리를 한다고 해도 질감과 식감 자체가 무척 다르다.


사진에 보이는 쌀이 북인도에서 주로 쓰이는 비스마티 쌀이다.


북인도의 정식은 '탈리'라고 하여 큰 쟁반에 여러 가지 음식들과 주식이 함께 나오는, 한국으로 따지면 한상차림 정도의 음식이다. 남인도에서는 이를 '밀즈'라고 부르며, 남인도에서는 쟁반보다 바나나잎에 주로 내온다. 이렇게 기본부터 차이가 나는 습관 때문에 같은 나라에 있다 해도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여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는 느낌이 든다.

북인도 암리차르의 탈리
남인도식 탈리. 체인점에서는 바나나잎과 그릇을 함께 내온다.

 인도 내에서도 독특한 식문화를 자랑하는 도시들


인도에서 다람살라,맥그로드간즈라고 티벳망명정부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음식과 비슷한 음식들을 주로 먹는다. 칼국수와 비슷한 '뚝바', 수제비와 비슷한 '뗌뚝', 찐만두와 비슷한 '모모', 볶음국수같은 '초우멘', 묵국수 '라핑'까지, 인도인들의 관점으로 보면 정말 신기한 곳이다. 이곳의 음식들은 앞서 말했듯 한국음식과 비슷한 간, 비슷한 식감을 내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인도를 여행하며 각종 맵고 짜고 신 향료의 폭격에 지친 한국여행자들에겐 편안한 휴식처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인도 여행 중에 몸이 아프거나 속이 좋지 않으면 한국음식이나 한국식당을 찾기 보다 맥그로드간즈로 달려가 그곳의 음식을 먹으며 며칠 요양을 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의 음식들보다 따듯한 국류의 음식이 많으며,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여행자들도 몸과 마음의 위로를 받고 간다고 한다. 인도 최북단에 있는 라다크 지방의 라다키 주민들이 먹는 음식도 이와 비슷한 성향을 띄지만 라다크 음식들은 티벳보다 인도에 더 치중되어 있어 다람살라/맥그로드간즈의 음식과는 조금 구분되는 편이다.  

차례대로 뗌뚝, 라핑
다람살라의 길거리 모모. 딱 찐만두다.


남인도 중 고아나 폰디체리 같이 영국이 아닌 포르투갈이나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곳에서는 훌륭한 서구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스파게티, 베이커리 등의 음식을 만날 수 있는 확률도 다른 곳들보다 훨씬 높다. 북인도의 고급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는 랍스터, 피쉬커리 등의 해산물 바탕의 음식들도 남인도 대부분의 해안지방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인도 동쪽 섬에 있는 안다만 제도에서는 유입되는 해산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생선 등을 맛볼 수 있다.


마살라 피쉬 구이는 남인도 특식
북인도에선 대형몰이나 큰 도매시장을 제외하면 찾을 수 없는 수산시장을, 남인도에선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인도 북서쪽의 도시 푸시카르는 힌두교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도시로 금육(고기를 먹지 않음)의 규율을 지키는 곳이다. 푸시카르의 '금육'의 범주는 달걀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그 흔한 토스트도 달걀 성분이 들어간 쿠키들도 찾을 수 없다. 달걀 뿐만 아니라 고기나 술을 마실 수 없음은 물론이다. 육식을 완전히 끊고 살아야 하는 곳이기에 이곳을 잘 모르는 여행자들은 다소 거부감을 가지고 여행동선에서 제외하기도 하지만, 육식이 금기된 만큼 채식요리와 밀가루 베이스의 베이커리들이 아주 발달해있어 푸시카르에서 판매하는 과자, 케익, 갖가지 샐러드와 튀김류 등은 조리방법의 다양성이나 풍미 등이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월등히 높다. 푸시카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채식뷔페. 인도식으로 조리해낸 다양한 요리들을 뷔페식으로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오히려 푸시카르에서 지내며 몸무게를 두둑히 불리고 나가는 여행자들이 많은 편.


푸시카르의 튀김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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