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지역의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을 위해서
2016년 7월 3일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에서 ISIS(이슬람 과격단체)들에 의한 인질극으로 수많은 외국인들이 다치고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건 당시에 기사를 보다가 '홀리 아티잔'이라는 이름에서 멈췄는데, 이유는 방글라데시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라면 트립어드바이저 리뷰를 통해 누구나 접하게 되는 곳으로 인기가 제법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나도 몇 년 전에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굴샨 로드에 위치한 이 식당은 서양식 구조를 본떠 만든 카페 비슷한 곳이었다. 방글라데시는 대체로 상점들이 폐쇄적인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신분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드문 곳이다. 그중에 이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는 외국인을 상대하는 레스토랑 중 주류반입이 가능한 - 소위 '희귀한 레스토랑'이었다. 내가 머물던 당시에도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은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 서양인들이었으며 더러 일본인이 보이곤 했다. 가끔 한국인 주재원들이나 기업에서 찾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가격 자체도 방글라데시의 물가에 비해 현저히 높기도 하거니와 간식이나 식사의 퀄리티가 상당해 나도 한 번 들르고는 그 이상은 가보지 못했다.
그보다 더 이전에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있었던 테러의 경우, 그리고 인도의 몇 유적지들도 이슬람 혹은 힌두 과격(극단) 주의자들에 의해 사라져 가는 것들을 보며 그곳에서 잠시 머물거나 스치듯 지나갔던 여행객이었던 나에게는 이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히 강하게 작용했다. 그래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이곳에 '알아두면 좋을 쿠란 구절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2016년 방글라데시의 사건 당시 '쿠란 구절을 외우지 못하는 외국인은 사살했다'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사가 돌기도 했는데, 기사의 진위여부를 차치하고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며 쿠란 구절 몇 개를 외우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최선은 이들과 만나지 않는 것이 답이겠으나, 만약 마주치게 된다면 아주 희박하지만 도박을 걸어볼 만한 생존 지침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얼마 전에 일어난 스리랑카의 부활절 참사 같은 경우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이와 같이 단시간의 불특정 절대다수를 향한 테러는 해당사항이 되지 못할 것이다. 순식간에 생을 달리 한 무고한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애도를 드리며, 국내에 이 사건에 대한 추모와 보도가 더욱더 널리 퍼지기를, 그리고 또 다른 증오범죄와 혐오의 온상으로 바뀌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음은 내가 매거진에서 다루고 있는 인도와 가장 근접한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 대한 이야기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인 훈자는 이런 사건사고들과는 거의 무관한 청정지역이다. 만일 당신이 훈자를 여행 중이라면 쿠란이니 수니, 시아파니 하는 사안들과 무관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훈자까지 가기 위해서는 길깃-발티스탄이라는 지역을 거쳐야 하며 이 지역은 크고 작은 분쟁들이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다. 그러니까 결국 훈자를 가기 위해서는 약소하게나마 아래의 쿠란 구절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서구권의 식사 예절에 식전 기도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 도시들의 무슬림은 ISIS와는 대체로 연관이 없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ISIS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것은 '만에 하나'의 경우다.
만일 당신이 인도 내의 주요 관광지인 바라나시, 델리를 여행하게 된다면 이 모든 것들을 그저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인도는 다종교 문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뿌리내려 있으며 이와 관련된 수많은 각종 사건 사고가 일어나곤 하지만 대부분 힌두교를 믿는 국가다. 그러니 쿠란이니 무슬림의 율법이니 하는 것들에 대한 공부가 엄격하게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 외의 지역 어딘가에서 무슬림과 마주하게 된다면, 혹시나 그가 극단주의를 믿는 ISIS로 외국인을 노린다면, 이 쿠란 구절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기인된 조언이기도 하다.
그 외에 일어나는 일은 '인샬라'(아랍어로, 신의 뜻대로)다. 다만 이 모든 것들에 대비해 적어도 각 나라의 종교나 문화 등 기본에 위배되지 않는 복장과 마음가짐은 반드시 준비하기를 바란다. 이슬람, 힌두, 불교, 자인교, 어디든 모두 통하는 이야기다. 특히 이슬람 국가를 여행한다면 몇 백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이를 지키지 않은 채, 타인의 문화와 관습 그리고 종교를 함부로 대하거나 조롱하듯 대하는 사람들이 여행 중에 해를 입는 사건들을 보면 뭐라 할 말이 없다. 한국이 아닌 곳으로 여행을 떠나며 만끽하는 자유와 해방감 등이야 각 개인의 것이니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말이 곧 어느 나라에서든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지만, 여하튼 쿠란 구절을 무슬림이 아닌 사람이 외우고 다니는 경우는 좀 드물다. 그래서 위와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쿠란의 첫 장과 마지막 장 정도를 외우고 있는 편이 마음 편하다. 57, 67장 등에 중요한 쿠란 구절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ISIS가 쿠란의 이 부분들을 모두 외우고 있을지, 또 외국인이 이를 아랍어로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들이 제대로 이를 받아들일지 좀 의문이 든다.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읽고 사용하는 1장의 내용이, 가볍게 쿠란을 이해하기에는 가장 무난하다.
어차피 아랍어는 소용이 없으니, 독음과 뜻으로만 대신한다.
1장 1절: 비스밀라 히르라흐마닐라힘 (가장 자비로운, 인자한 알라-하나님-의 이름으로)
1장 2절: 알-함두힐라 히랍빌 아라민 (모든 찬양과 감사는 그분/알라/하나님을 위한 것이다)
1장 3절: 알 라흐마닐라힘 (가장 자비로운, 가장 인자하신)
1장 4절: 말리키 야우밋딘 (심판의 날의 유일한 주관자시여)
1장 5절: 이야카나 부두와 이야칸 스탄 (당신을 경배하며 당신의 도움을 갈구하오니)
1장 6절: 이흐디나 씨랏달 무스타킴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비스밀라 히르라흐마닐라힘, 알-함두힐라 히랍빌 아라민]
이 구절이 쿠란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구절이다. 이 1장의 내용은 무슬림이라면 예배를 보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구절로, 이 부분만 외워도 좋다. 너무 길어서 어렵다면 비스밀라/알함두힐라 정도까지만.
다음은 쿠란의 마지막 장에 있는 내용이다.
114장 0절: 비스밀라 히르라흐마닐라힘 (가장 자비로운, 인자한 알라-하나님-의 이름으로)
114장 1절: 꾸르 아우쥬 비랍빈나스 (다음과 같이 말하노니, 저희가 도움을 갈구하나이다)
114장 2-3절: 말리킨나스, 일라힌나스 (인류의 왕이자, 인류의 신)
114장 4절: 민 샤르릴 와스와실 칸나스 (모든 악한 자에게서 오는 재앙으로부터)
114장 5절: 알라디 유와스위스 피 수두린나스 (인간의 가슴속 유혹으로부터)
114장 6절: 미날진나티 와안나스 (정령과 사람들 사이에 깃들은 그-분)
위의 것들을 보면 알겠지만, '인샬라'라든지 무슬림들의 인사인 '앗살람-알레이쿰'(신의 평화가 당신에게)'나 '알함두힐라'(모든 찬양과 감사를)와 같은 것들은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므로 무슬림을 만날 때 당신의 종교가 무엇이든 일단 이렇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관례다. '앗살람-알레이쿰'이라는 인사를 받으면 반드시 '알레이쿰-앗살람'이라고 받아주어야 인사가 완성된다는 것도 상식으로 알아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