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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y 15. 2019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벌써 30년이 된, 이제는 고전이라고 불려도 좋을 영화. 맥 라이언의 파릇파릇한 시절과 흔히 연애영화의 정석이라 부르던 추억의 영화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특정 장면을 단번에 떠올리기 어려운 영화 중 하나다.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도드라진 사건이 없이 해리와 샐리, 두 주인공의 대화가 영화의 주를 이루는, 서스펜스 없는 일상들의 나열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 이 영화를 참 좋아했는데 아마 그건 이 영화의 마지막, 종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사랑을 그제야 확인하는 해리와 샐리의 포옹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리라.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10년이 지난 뒤 해리와 샐리가 재회했을 때로, 서로를 완벽한 친구라 생각하여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 연애상담 등을 나누던 것들이다. 특히 해리와 샐리가 각자의 집에서 같은 영화를 틀어놓고 전화통화를 하며 영화 관람을 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수화기 너머로 아련하게 들리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눈앞에 재생되는 영화의 화면, 배경음악과 섞여 같은 사운드로 합쳐지는 환상적인 순간. '연애로운' 일상의 정석을 만들어주었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바로 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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