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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Apr 25. 2019

<의혹의 그림자>(1943)



<의혹의 그림자>에는 두 명의 ‘찰리’가 나온다. 범죄자로 진짜 이름을 숨긴 채 여기저기를 떠도는 삼촌 ‘찰리’와 그런 삼촌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조카 ‘찰리’, 같은 이름을 가진 찰리가 만나는 장면은 이후 이어질 사건과 긴장의 발화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즐거움으로 인도해 줄 유일한 사람이 삼촌 찰리라고 굳게 믿고 있는 조카 찰리의 들뜬 인상이 극대화되는, 삼촌 찰리가 기차에서 내려 고향 땅을 밟는 장면이 그것이다. 하지만 히치콕은 이 행복한 장면에서 밝고 경쾌하게 마을에 도착하는 기차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검은 연기를 뿜는 무시무시한 모습(혹은 대상)의 기차를 보여준다. 할리우드 고전 중 많은 영화들이 로드무비에서 '기차'라는 존재를 경쾌하고 발랄한 음악과 함께 묘사하곤 했지만 히치콕은 기차를 도망과 살인, 음모 등 부정적인 존재로 사용하는 것을 즐겼다. 이것의 전형이 바로 <의혹의 그림자>의 삼촌 찰리가 마을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삼촌 찰리가 탄 기차가 기차역에 다다르자 맑고 화창하던 날이 일순 재앙이 뒤덮인 것처럼 바뀌게 되고, 조카 찰리는 이런 불행의 도착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 장면을 통해 관객들은 조카 찰리의 들뜬 기분이 곧 산산이 부서져 버릴 것을 직감하는 동시에 삼촌 찰리와 조카 찰리의 충돌을 사실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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