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3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는 부통령이자 러닝메이트로서 딕 체니를 영입하며 그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후 조지 W. 부시는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지만 결과적으로 딕 체니의 허수아비로 전락하여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전 세계의 인권, 경제 등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진보의 입장에서 이 두 사람, 정확히는 미국의 43대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라는 인물을 <바이스>를 통해 관찰하고 비판한다.
실제로 수많은 의혹과 책임을 여전히 짊어지고 있는 ‘딕 체니’라는 인물이 이 영화에서 단순 힐난의 대상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는 이 ‘딕 체니’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이라는 배우에 있다. 딕 체니라는 인물과 싱크로를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매 촬영마다 수 시간을 들여 분장을 하고 영화 촬영 전 일부러 체중을 늘렸던 수고로움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렇게 가꿔낸 외면을 차치해도 성향이나 습관 등 실존 인물을 거의 복제하고 해부하듯 다루는 크리스천 베일의 꼼꼼함은 <바이스>에서 절정을 이룬다.
“현재 미국의 부통령은 사실상 자리 채우기에 불과하지 않은가. 나는 국방부 장관도, 백악관 수석보좌관도 지내봤던 사람이지. 조금 더 권한을 넓혀보는 건 어떨까? 이를테면 군 지휘권이라든지 외교권 통솔이라든지.”
“그러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세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게 만든 이 대화는 <바이스>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부분으로 딕 체니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과, 조지 W. 부시를 연기한 샘 록웰의 협상 테이블 장면이다.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무미건조한 이 장면에 딕 체니의 낚시 장면을 교차 편집하여 두 사람이 생각하는 협력과 권력이라는 단어의 차이를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연출력, 그리고 영화 곳곳에 비유적으로 삽입되어, 보다 원초적인 ‘인간의 인간다움’ 문제를 지적하는 아담 맥케이의 시선은 일정한 긴장과 속도를 유지하며 흥미롭게 관객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