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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r 25. 2019

<클림트>(2006)


"안돼, 그 문을 세게 닫으면!"


 클림트(존 말코비치)에게 염증을 느낀 연인이 그의 방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불어닥친 바람에 금박들이 흩날린다. 클림트는 그림에 붙이기 위해 조심스럽고 소중히 가공 중이던 금박의 조각들이 회오리를 이루는 방 안을 바라본다. 순간적으로 멈춰버린 클림트의 시간, 클림트의 방 안을 슬로 모션으로 잡아내는 찰나의 장면. 화면을 가득 채우는 금박과 금가루들은 어두운 숲 속의 반딧불을 바라보듯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지만, 동시에 한 순간의 바람에 가벼운 먼지처럼 나부끼고 흐트러지는 얕고 부질없는 존재라는 아이러니를 증명하는 장면. 삶의 매 순간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환상, 혹은 그 환상을 인생의 모토로 여겨왔던 라울 루이즈의 환상.


수년 전 라울 루이즈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반사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바로 이 <클림트>였다. 라울 루이즈의 필모 그래프 중 가장 이질적이었던 작품이지만 '클림트'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 존 말코비치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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