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GED

by 강민영

평생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근육을 쓰고 있다. 기타 수업을 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주에는 크로매틱이라는 것을 연습하다가 왼손 새끼손가락 끝의 감각을 일주일 정도 상실했고, 두 번째 주에는 새끼손가락은 멀쩡해졌지만 코드를 연습하다가 새끼와 엄지를 제외한 모든 손가락이 넋이 나간 기분이다. 몇 년 전에 기타를 독학으로 배워보려 노력하긴 했지만 CGEDA 코드를 엉망진창으로 연습하다가 흥미가 떨어졌다. 당연히 그 어렵다는 F와 B 코드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책으로 혼자 보고 익히는 수업과 누군가 옆에서 조율해주는 수업은 다르다. 비록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연습도 매일 하고 있고 이전보다 코드를 더 확실하게 손마디들에 각인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른손은 그럭저럭 버티지만 왼손이 잘 버텨주어야 무난하게 수업을 마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코드를 바꿔 치며 음이 제대로 나도록 기타 줄을 지그시 눌러주는 것조차 버겁다. 언제나 키보드 위의 ㅂㅈㄷㄱ ㅁㄴㅇㄹ ㅋㅌㅊㅍ, 그리고 가끔은 ㅎ와 ㅅ에서만 존재하던 왼손 끝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고통이라 생각한다. 연습을 자주 해서 빨리 굳은살을 만들면 그다음부터는 좀 덜 아플 거라는 이야기를 하던 선생님은, CGEDA가 아니라 CAGED로 외우면 까먹지 않는다고 조언을 주셨다. 아픈 건 어쩔 수 없고 손톱 잘 깎고 오라고. 덕분에 일주일 연속으로 초면의 수강생 동기와 사이좋게 손톱을 깎았다. 왼손의 손톱 길이를 지적받은 것도 아마 이번이 난생처음이 아닐까 싶다.

생존 운동으로 어릴 때 아주 길게 배워두었던 수영을 최근 다시 꺼내 맹렬히 하다 보니 수영 자체에 좀 자신감이 붙었다. 나에게 기타가 생존의 수단이 될 일은 없기에 그만두었다 다시 꺼내려면 또 지금과 같은 고통이 곱절로 필요하긴 하겠지만 이번만큼은 좀 제대로 배워두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생사를 앞다투는 상황이 온다면 기타부터 버리고 튀어야 하겠지만 두 주먹을 꼭 쥐고 뛰는 와중에도 왼손 손가락 끝의 굳은살은 선명하게 남아 있겠지. 기타가 없다면 새끼손가락의 아픔도 왼손 끝의 얼얼함도 다 없던 일이 되겠지만 그럴만한 재난이 살아있는 동안 닥치진 않을 테니 이번 주도 짬을 내고 코드 연습이나 잘해보아야겠다. CAGED, CA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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