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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의 <우리집> 단상

by 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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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의 <우리집>은 전작인 <우리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 영화고, <우리들>이라는 영화가 무척 좋았기에 당연히 그 연장선상에서 이 영화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1절이 좋으면 1절에서 끝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였다. 나이가 어린 연기자들을 위한 지침을 만들고 규정을 세우는 등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우리들>을 만든 감독이 <우리집>을 연출한 그 감독이 맞나를 잠시 동안 생각해보며 그 간극을 좁히기가 힘들었는데, 첫 번째 이유는 이 영화가 너무 답답해서이고 두 번째 이유는 그 답답함을 만들어낸 것이 감독의 디렉션 하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설정과 주제가 다루는 먹먹함이 너무 하이퍼 리얼리즘이라 그런 것 아니냐는 생각을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며 해봤는데 그건 다른 문제다. <우리집>은 분명 극도의 하이퍼리얼리즘이 존재한다. 어떤 장면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인간극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캐릭터들이 너무 작위적이다. 이 영화에서 살아있는 캐릭터는 막내 '유진'밖에 없다. 그마저도 감독이 통제하지 못하는 연령이라고 생각하여 그런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고 생각하면 좀 씁쓸한데, 여하간 나머지 캐릭터들의 합, 대사, 대화를 나누는 모든 장면이 너무나도 작위적이고 기존 어른들의 드라마를 답습하는 듯한 모습에 보는 내내 답답했다. 서사의 처연함과 현실성을 수반하는 줄거리는 그렇다 쳐도, 이 정도로 이런 캐릭터들을 갈아내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집을 부수는 장면도, 간혹 판타지로 흘러가는 장면도, 그래도 결국 집밥을 차리는 장면도, 전부 주인공인 '하나' 혼자 감내하기에는 벅차다. 그리고 그 벅참을 포화의 상태로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럽고, 견디기 힘든 지점이 있다. 이건 영화의 주제와는 별개의 문제다. 윤가은 감독이 더 이상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를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 반사적으로 들었다. 왜 <우리들>과 <우리집>의 간극이 클 수밖에 없는지 다각도에서 고민을 좀 하셨으면 좋겠다.



최근에 <벌새>라든지 <엑시트>같은 아주 훌륭한 영화들을 연달아 봐서 개인적으로 이렇게 느낄 수도 있다 싶지만, 영화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니 관람의 연결성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되돌아서 생각하면 왜 그렇게 답답하게 굴어야 했는 지점도 의문이 드는데,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좋았던 부분은 하나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라서 '성질'이라는 것을 내는 부분. 하나가 원래 그런 캐릭터라고 반박하면 뭐 할 말은 없지만, 그런 캐릭터가 되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회 탓을 하기 시작하면 영화가 왜 무너져 내리는지에 대한 고민은 영원히 없겠지.



간혹 이런 영화를 싫어한다면 윤리적인 잣대에 문제가 있는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말을 붙이는 사람이 있다. 주제가 선하다고 해서 영화적 비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폭력적이다. 아이들이 연기한 영화기 때문에 아이들의 연기나 작위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 한다? 그렇다면 그건 그걸 디렉션한 감독의 몫이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다양한 부분이 생각나는데 그것 또한 이 영화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동일선상에 있지 않은 영화라도 상관없다. 이미 좋은 예가 있고, 관객은 그걸 좇을 수밖에 없으니까. <우리집>을 보고 나니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다시 보고 싶어 졌고, 그 영화가 얼마나 좋았는지 어떤 위치를 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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