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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Dec 23. 2019

2019년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 (국내 개봉작)

개봉작 기준,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을 적어봅니다. 한국 개봉일 기준으로 한국에 공개된 영화들을 기준으로 합니다. 개봉영화를 제법 봤다 생각하는데, 늘 연말에 챙겨보면 뭔가 모자란 기분이 들곤 합니다. 넷플릭스 영화와 겹치는 것이 많은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극장에 걸려 있을 때 대부분 챙겨 봤기에 '극장 개봉작'으로 잡았습니다. 영화제 상영작과 특별전 상영작 포함이라면 조금 목록이 달라지겠지만! 참고로 넷플릭스 결산은 이틀 내로 분리하여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2019년의 특이점이 있다면 보통 극장 비수기라고 하는 11월-12월 사이에 엄청난 양질의 영화가 쏟아졌다는 것입니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주 중에 극장을 세 번은 다닐 정도로 '봐야 할 것 같은' 영화들이 대거 쏟아졌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또한 이맘때 즈음 굵직한 것들이 다수 공개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극장에 많이 간 연말을 보낸 것 같습니다. 재개봉 영화는 제외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영화가 겹치나요?


10. <벌새>


작년 이맘때(2018년) <벌새>가 내년에 개봉했으면, <벌새>의 개봉을 진심으로 바란다는 트윗을 트위터에 남긴 적이 있다. 거짓말처럼 <벌새>가 2019년 하반기에 개봉했고,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던 그 느낌 그대로 관객에게 가닿아 독립영화로는 드문 흥행을 이루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영화고 한국 영화로는 내기 힘든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으며, 모든 면에서 빼어난 영화이기 때문에 1년 내내 <벌새>를 관객들이 온전히 만나기를 기다려오기도 했다. 반가운, 그리고 '필요한' 영화.


9. <김군>


<김군>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 남긴 리뷰로 대신한다.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5·18을 겪지 않은 세대가 5·18을 기억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김군> 역시 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되어 개봉을 간절히 바라온 영화다. 강상우 감독의 행보가 기대되게 하는 너무 소중한 다큐멘터리.



8.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브릭>, <블룸 형제 사기단>, <루퍼> 등의 전작을 재밌게 봐서인지 이번에도 매우 인상적이었던 라이언 존슨 감독의 신작.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권선징악형 추리극인데, 추리극 장르로 보기에는 살짝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캐스팅 자체가 워낙 좋았고, 각자의 주조연이 몹시 조화롭게 움직이는,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만드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7. <두 교황> (Two popes)


올해 가장 마지막으로 본 영화다. <시티 오브 갓>과 <콘스탄트 가드너>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중 역작으로 꼽힐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두 교황>이 그 정점을 찍었다. 조나단 프라이스와 앤서니 홉킨스가 주연을 맡았고, 가톨릭 역사에 실제 있었던-그것도 아주 중요한 서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신앙 여부를 떠나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두 집단이 교차되고 화해하고 융합되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그린 영화. 개봉관이 많이 할당되지 못해 아쉬울 뿐.


6. <닥터 슬립>(Doctor sleep)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에 대해서 블로그에 진득이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이 감독의 전작을 다 챙겨 보고 드라마까지 시즌 싹싹 긁어다 볼 정도로 애착이 대단하다는 것은 주변 지인들이 모두 알고 있다. 사실 플래너건은 수식을 더 붙이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호러/스릴러계의 수작을 뽑아내던 감독이었다. 실시간으로 플래너건의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짧은 호사를 놓치고 싶지 않아 <닥터 슬립>은 개봉날 바로 챙겨 본 영화다. 굳이 <샤이닝>의 속편으로 우열을 평가하기 이전에, <닥터 슬립>은 영화 자체로도 너무 이상적인 수작이다. 스릴러, 호러 장르에서 이제 완전히 자리 잡은 플래너건의 작품 답다는 생각이 든다.


5. <미드소마> (Midsommar)


작년 아리 에스터의 <유전>을 베스트로 꼽은 적이 있는데, 올해도 역시 아리 에스터의 영화가 올라왔다. <미드소마>는 <유전>과 궤를 같이하기도 또 따로 하기도 하는 영화인데, 올해 두 영화를 묶어 '매거진 cast 5호-공포영화 특집'에 공포영화를 주제로 글을 썼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곳에서 하기도 했다. '오픈된 결말'의 공포가 어떤 재미와 쾌감을 주는지 명백히 보여주는 영리한 체험의 영화.


4.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결혼 이야기>는 책장에 넣어두고 계속해서 쓰다듬고 싶은 영화랄까. 정말 말 그대로 '결혼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영화는 주연과 조연할 것 없이 너무 완벽한 연기와 딕션을 보여주고 있어(특히 스칼렛 요한슨이)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긴 영화지만 물 흐르듯 흘러가고, 모든 에피소드가 정말 '삶' 자체를 돌아보게 만들어 묘하게 빠져든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바라볼 가치가 있는,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로라 던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3. <아이리쉬 맨> (The Irishman)


마틴 스콜세지의 <아이리쉬맨>은, 더 이상 이와 비슷한 류의 갱스터 영화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포부를 가진 감독이 만든, 그야말로 '마스터 피스'적인 영화였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세 시간이 훌쩍 넘어 굳이 극장을 찾아가 봐야만 했는데, 모든 장면과 영화의 방향이 이 영화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이유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아이리쉬맨>의 마지막 장면은 당분간 잊기 어려울 것이다.


2. <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극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세 번 정도 본 영화. 극장을 바꿔가며 보았는데, 보자마자 N차 관람의 여운이 남아 여기저기 추천했던 영화다. 드라마적으로도, 오락적으로도 완벽한 서사를 구축하고 있으며 모든 면이 완벽한 '시네마'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크리스천 베일과 맷 데이먼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극찬했던, 그리고 지금도 보고 싶은 영화.


1.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The Favourite)


비교적 초반에 개봉해서 잊고 있었는데, 다시 되짚어 보아도 이 영화가 올해의 베스트 1에 꼽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란티모스 영화를 베스트 중 하나로 꼽았다.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또한 N차 관람을 한 영화인데, 란티모스는 스스로의 확고한 장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렇기에 관객들이 그의 영화를 더없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킬링 디어>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서사와 고증을 보여주었는데, 굳이 따지자면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쪽이 나의 성향과 잘 맞는다.


추가로, 극장에서 본 영화들 중 기억에 남는 영화들은 아래와 같다.


<윤희에게>는 올해 초반부터 기다렸고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이때 챙겨보지 못해 극장에서 보았는데, 간만에 조용한 풍경과 그와 어울리는 서사를 즐기기 좋았으며 중년의 '퀴어 멜로'를 정면으로 표방하기에 인상적이었다. 한국영화로는 <뺑반>과 <엑시트>, 그리고 <미성년>과 <기생충>이 좋았다. <뺑반>은 개봉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오고 있는 경찰드라마였고, <엑시트>는 흥행도 흥행이지만 소재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미성년>과 <기생충>은 비슷한 밀도로 좋았지만 그중 <미성년>이 생각보다 좋았기에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분명 수 개월 후에 개봉할 <벌새>가 좋았을 것이라 이야기해오곤 했다. 연초에 개봉한 <가버나움>은 <바시르와 왈츠를>과 비슷한 류로 경종을 울리는 값진 영화였다.


내년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중엔 한국영화로는 <야구소녀>가 기대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보았는데 충분히 재밌는, 그리고 응원할만한 서사였고 시사점 또한 많았다. 2020년 내에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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