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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Dec 07. 2019

<포드 v 페라리> 단상


'리뷰'라고 하기엔 단상이지만, 막 바로 보고 온 김에 몇 가지를 붙인다. 이유는 <포드 v 페라리>를 보고 나오니 이 영화가 올해의 베스트 반열에 올라가도 전혀 손색이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 생각했던 지점 이상으로 좋았던 부분들이 있었기에(왜 연말에 좋은 영화들이 무더기로 개봉해서...) 그 인상들을 남겨두고 싶다. 



1.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의 조합에 제임스 맨골드 감독 연출이라면 사실 더할 나위 없겠다 싶었는데, 가장 기대되었던 건 저 두 배우는 모로 굴러도 직진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라, 연기 부분은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취향이 있다면 물론 둘 다 좋아하지만, 맷 데이먼 쪽이 나에겐 좀 더 호감형인데 <포드 v 페라리>에선 크리스천 베일이 압권이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올해 개봉한 영화 <바이스>에서 크리스천 베일이라 느껴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인 변신의 딕 체니 역할을 고스란히 맡고, <포드 v 페라리>에선 조깅을 즐기는 깐깐한 레이서이자 기술자 캔 마일스를 소화해냈으니 그 스펙트럼에 그저 놀랄 뿐. 크리스천 베일이야 워낙 이런 고무줄 변신으로 유명했지만, 한 해에 두 작품을 극장에서 보며 견주기란 쉽지 않다. 여러모로 리스펙트.



2. 카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봐서 그런지 일단 액션 영화이긴 한데, 드라마가 탄탄하게 받쳐주어 그 폭발력이 강해졌다 싶다. 제작비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으니 당연히 레이싱 장면들은 저 정도 퀄리티는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내에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액션 신보다 캐롤과 캔이 마주하는 장면들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혹은 캔이 레이싱카 안에 들어가 독백하는 장면들은, 기존 레이싱 영화의 문법에서 크게 벗어남이 없었으나 이 레이서의 역할을 크리스천 베일이라는 배우가 했다는 것에 차이점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3. 단순 액션이나 드라마라기엔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긴 한데, 일단 이런 부분들을 생각할 겨를 없이 빼어난 연출과 서사로 이루어져 러닝타임이 2시간이 훨씬 넘는데도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장면에서 반드시 터트려야 하고 어떤 장면에선 참아야 하는지 잘 아는 감독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실화 버프를 끼고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물 흐르듯 흘러가는 블록버스터+액션+드라마는 오랜만이다. 



4. <포드 v 페라리>도 절대적으로 극장 관람을 추천하고 싶은 영화. 만일 극장에서 본다면 스크린X나 아이맥스보다는 사운드특화관인 MX관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압도적인 화면보다는 울림으로 승부하는 사운드특화관이 훨씬 좋고, 어울린다. 굳이 4DX를 선택할 필요는 없겠다 싶은 건, 오히려 수동적인 움직임이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 영화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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