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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Feb 01. 2020

아담 샌들러 주연의 <언컷 젬스>


*스포일러로 여겨질 장면 묘사가 있습니다.


A24제작사의 신작 <언컷 젬스>는 일찌감치 호평 일색이어서 궁금했던 작품이기도 했고, 아담 샌들러의 연기가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방영되자마자 바로 보려고 달력에 써놓고 한참을 기다렸다. 사실 아담 샌들러의 연기야 달리 말할 것이 없겠지만 A24와 마틴 스콜세지가 투자 및 제작한 작품이기에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있다.

‘홀’에서 시작해서 ‘홀’로 끝난다는 이야기를 프리뷰 때 들어 무슨 말인가 했는데, 정말로 그랬다. 데칼코마니 같은 느낌의 시작과 끝이었는데 시종일관 쉴 틈 없이 달려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앞뒤가 동일하게 맞아떨어져 묘한 예술 영화 같다는 생각은 나중에서야 들었다.

내용은 간추리면 ‘보석상의 흥망성쇠’ 정도일 텐데, 사실은 ‘망’이 대부분인 영화고 롤러코스터 타듯 이리저리 끌려다니거나 자발적으로 일을 망쳐놓는 보석 딜러의 영화다. 한 탕을 노리며 거짓말과 위선적인 말, 그리고 ‘정말 난 망했어’라며 흐느끼는 동시에 그 감정 또한 어떻게 하면 순간을 모면하는 기회로 잡을지 끊임없이 머리 굴리는 남자 주인공의 역할을 아담 샌들러가 맡았다. PTA의 <펀치 드렁크 러브>만큼의 연기가 가능할지, 그 달라진 인상 때문에 약간 기대를 버리고 봤는데, 제2의 전성기라도 맞은 양 그 교묘하고 짜증 나는 군상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 놀랐다. 남우주연상은 아담 샌들러에게 쓸어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영화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만일 큰 극장에서 <언컷 젬스>를 본다면 모두 동일하게 기립박수치고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언이설과 순간 모면으로 점철되어 일을 크게 벌려가는, 심지어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을 쫓아다니며 롤러코스터를 타게 하는 연출이 정말 좋았다.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구조와 조연들의 연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 놓인 아프리카산 ‘오팔석’이 이리저리 이동하는 경로에 따라 사건사고가 치밀하게 엮여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아담 샌들러가 그걸 제일 중앙에서 조율하고 있는 점도, 또 극을 그렇게 끌고 가는 주인공의 기질도 혀를 내두를 만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점 정도. 큰 화면에서 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몰려왔는데, 아마 이 영화의 장르적 특성 때문일 것 같다.

추천하고 싶은 환경은 한낮이 아닌 완전히 어두워진 밤 중의 상영. 낮에 <언컷 젬스>를 보고 뭘 하기가 약간 어렵지 않을지, 그렇다고 밤에 이걸 보고 바로 자기도 약간 뭐하지 않을지, 여러 생각을 낳게 하는 영화다. 극장 개봉을 어딘가에서 잠시나마 해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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