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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an 15. 2020

손재곤 감독의 신작 <해치지 않아>


<해치지 않아>는 <달콤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을 만든 손재곤 감독의 세 번째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다. 따로 팟캐스트에서 손재곤 감독 특집을 다룰 정도로, 팟캐스트 멤버에게나 개인적으로나 무척 좋아하는 감독이다. 아래는 당시 손재곤 감독의 두 영화들에 다룬 이야기. 팟캐스트를 듣고 손재곤 감독을 처음 알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제법 있을 정도로, 이전 작품들은 그 완성도나 작품성에 비해 많이 주목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https://club246.blog.me/221399842119


어떤 감독을 좋아하면 삼세 번은 지켜보고 이후를 결정해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 있듯, 손재곤 감독의 세 번째 영화를 기다린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코미디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에 대사를 구사하고 배치하는 방법이나 그것을 배우들에게 디렉션 하는 타고난 재능이 있기에, <해치지 않아>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마침 아주 오래전에 전부 챙겨 보았던 웹툰 '해치지 않아'가 원작이기 때문에 더 기다려지기도 했다. 다만 원작은 아주 오래전에 나온 웹툰이고 주인공의 설정부터 여러 디테일들이 지극히 옛날적인, 다시 말하면 남성 중심적인 유머와 서사에 너무 치우쳐 다시 들여다보기는 좀 저어 되는 부분이 있기에 '걱정'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더군다나 '만화'가 아닌 '영화' 내에서 동물원을 소재로 하는 코미디는 적어도 '동물원 동물'에 관한 고민 없이는 진행이 불가하기에, 영화가 과연 이 모든 것들을 어디까지 소화할 수 있을까 또한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치지 않아>는 옳은 방향으로 재밌는 영화라 좋았고, 앞서 언급한 원작의 거슬리던 설정과 비약적인 이야기들은 전부 걷어내고, 동물원의 동물들에 대한 생각과 손재곤 감독 특유의 맛깔난 대사들이 버무려져 무척 만족스러웠다. 동물원을 소재로 하는 코미디는 원작 유무에 상관없이 다루기 힘들었을 것이며, 극장가로 정면돌파하여 흥행을 가늠하기는 다소 마이너한 소재,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생각할 지점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해치지 않아>는 코미디 장르로도 완벽하고, 손재곤 감독의 영화의 연장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정형행동이라고 하죠?"

"사람으로 따지면 정신병 같은 거죠."


영화 속에서 동물원 동물의 '정형행동'에 대해 정확히 짚어 말하는 부분이 있어 좋았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계속해서 문제 되어 오고 있는 여러 가지 동물원 동물에 대한 소음, 그리고 대기업이 흡수해버린 테마파크 형식의 몇 동물원들이 떠올라 불편함이 느껴지면서도, 그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게 만들게 하는 것 또한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너무 고루하지도 않고 적당한 메시지를 던져주며 끊임없이 감칠맛 나게 만드는 빵 터지는 대사의 연결이 돋보이던 영화였다. <멜로가 체질>에서 함께 합을 맞췄던 전여빈과 안재홍의 샷들도 반가웠다. 무엇보다 억지 멜로로 이어지지 않는 설정도 언급할만하고.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는, 간만에 만족한 코미디 장르의 한국 영화. 좋아하는 감독의 세 번째 영화를 올해의 첫 영화로 보아 반가웠다. 손재곤 감독의 네 번째 영화를 기대하며, 무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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