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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Feb 10. 2020

봉준호와 마틴 스콜세지


<기생충>이 2020년 오스카 4관왕으로 한국, 아시아의 전무후무한 쾌거를 이룬 가운데 수상 소감에서 봉준호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헌사를 바치는 부분이 올해 오스카의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며,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채운 장면이었다. <기생충>보다 <아이리시맨>을 응원했고 결국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마틴 스콜세지를 향해 동시에 찬사를 보내며 그에 대한 기립박수가 나오게 만드는 상황은, 봉준호 감독으로도 마티로서도 영광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드니로를 거쳐 디카프리오를 페르소나 삼고 있는 현재의 스코세지는, '마블'에 관한 파격적인 이야기와 동시에 몸소 그 이야기의 증명을 보여주듯 <아이리시맨>을 만들었고 왕년의 멤버들을 모았다. 2019년 끄트머리에 두 번 보고 그 해의 영화로 묶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았던 <아이리시맨>은, 수상 등의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진 못했으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상 최대 제작비를 투여한 영화로, 그 영화 자체가 시사하는 바는 무척 높다. <아이리시맨>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마티의 팬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팬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존경을 표하고픈, 그런 영화였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에 등장해 박수갈채를 받은 마티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고, 동시에 마티의 주요 연출작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좀 기이한 것인데, <기생충>의 나비효과가 '한국에서' 마틴 스콜세지라는 감독을 조망하게 만들고, 또 그의 영화가 유수의 감독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기이한 상호작용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마틴 스콜세지라면 하루 종일도 떠들 수 있다. 누가 그러지 않겠느냐만, 그의 최고작은 여전히 뽑기 어렵다.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비열한 거리>, <카지노>,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와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그리고 <아이리시맨>. 뭐 하나 내려놓기 어려운 영화들에 그는 이것들 말고 제작에 대거 참여하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괄목할 성과를 늘 이루었다. 가장 최근의 제작작으로 <언컷 젬스>를 보며 과연 마티가 투자할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마틴 스콜세지를 부정할 수 있을까.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 적극적인 영화적 신기술을 선점해 활발한 활동을 여전히 하고 있는 그가, 이번 기회에 조금 더 많이 널리 한국에 알려졌으면 좋겠다. 아직도 <아이리시맨>의 개봉날 코엑스 한 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생각나고, 그 틈바구니에서 마틴 스콜세지의 '신작'을 보고 있다는 그 자체에 희열을 느끼던 작년 연말이 생각난다. 그 영화의 마지막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스콜세지만이 할 수 있는, 그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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