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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28. 2019

귀에서 물 빼기

수영에 관하여

얼마 전 수영을 하며 퀵턴을 배웠다. 어디서든 크게 쓸 일은 없지만 멈추지 않고 바로 돌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고 배워야지 생각했던 것이긴 하다. 어린 시절 체육시간 앞구르기를 할 때면 늘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곤 할 정도로 나는 앞구르기를 싫어하고 못하는데, 퀵턴 실전 직전 선생님은 사람들을 모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 앞구르기 많이 해보셨죠? 그거랑 똑같아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 망했다 라는 말이 내 입에서 반사적으로 흘러나왔다. 


그렇게 시작된 퀵턴 수업은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여전히 앞구르기에 대한 공포심과 적개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다. 처음 선생님의 도움닫기가 아니었다면 한 바퀴 도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는데, 킥판을 사용해서 연습하니 수업이 끝날 때 즈음엔 제법 돌게 되었다. 원하는 자리에서 발로 벽을 짚고 추진력을 받아 앞으로 돌아 나가는 것은 아직 무리가 있지만, 조금 더 연습하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 50미터 레인에서 운동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고 말이다. 문제는, 퀵턴을 연습할 때마다 귀 안쪽으로 흘러들어오는 '물'이었다. 


그날 수업시간 내내 앞구르기만 해서 인지, 물이 귀에 그리 잘 들어가는 편이 아닌데 이상하게 물이 꽤 오랜 시간 동안 한쪽 귀에 고여 있었다. 오른쪽 귀 안쪽으로 들어간 물은 빠질 줄 몰랐고, 급기야 이틀이 지나도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 병원에 가볼 생각까지 했다. 주말이 걸려 있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긴 했지만, 고개를 들고 숙일 때마다 그리고 머리를 좌우로 돌릴 때마다 귓가에서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그 불편함은 겪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결국 사흘 째 아침에 일어나며 귀 안쪽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시원하게(이때의 쾌감이란!) 귀가 뚫렸고, 병원엔 가지 않아도 되었다. 귀에서 물 빼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거나, 나같이 한 번쯤은 고생하기 마련이기에, 상황별로 어떤 식으로 대처하면 좋을지 잠깐 공유해본다.


1. 귓가 근처에 얇게 물이 고여 있을 때


이런 경우는 대체로 머리를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기울이면 빠지는 편이다. 귀속의 물도 중력의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금세 밖으로 빠져나온다. 혹은 귀를 기울여서 면봉을 사용해 살짝만 물을 흡수해주면 빠지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한 번의 점프로 해결될 수도 있다.


2. 귓가 안쪽에 물이 고여 있을 때


위의 방법을 아무리 해봐도 여전히 '서걱'소리가 들린다면, 귀 안쪽 깊숙한 곳에 물이 고여 있다는 증거다. 이 경우엔 오히려 귓가에 물을 한번 가득 넣고 재빨리 고개를 바닥으로 기울이면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다. 안쪽에 들어간 물이 빠져나오는 시간이 좀 걸려서, 물이 들어간 귀가 위치한 쪽을 아래로 두고, 세차게 머리를 흔들면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금방 해결되진 않는다. 조금 불편해도 귀를 아래로 두고 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잠들기 직전까지 물이 빠지지 않는다면 물이 들어간 귀를 아래로 두고 옆으로 자는 것도 좋다. 어떻게든 해결되긴 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많이 불편하다면 병원을 먼저 찾는 것이 좋다. 절대 면봉을 사용해 억지로 빼려고 하면 안 된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염증으로 번질 수 있다. 


3. 귀에 상처가 있는 상황에서 물이 고인 경우


절대 면봉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두 번째 케이스. 실제로 겪기도 했는데, 귀 파는 걸 평소에 무척 좋아하는 나는 귀를 파다가 상처가 나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 와중에 수영도 그만둘 수 없었다.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귀가 다친 상태로 물이 들어가서 빠지지 않고 보니, 염증이 심해져 결국 병원 약을 더 오랜 시간 동안 먹어야 했다. 이 경우의 사람들은 대체로 수영용 귀마개를 사용하곤 한다. 중이염이 있거나 상처가 있어 귀에 물이 잔류하면 안 되는 경우, 몇 천 원 하지 않는 귀마개를 사용해보는 것이 좋다.   


4. 약품을 이용해 물 빼기


이것도 3번과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은 위험하고 피해야 하는 방법. 실제로 해보고 효과를 본 사람이 많아 가볍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식초와 소독용 알코올(소주 NO)을 1:1로 섞어서 귀에 가득 넣고 흘려보내면 증발 현상 때문에 잔류된 물이 사라진다. 호주, 미국 등에서는 일부 동호인들이 '물 제거액'을 즐겨 사용하는데, 검색창이나 아마존에 'ear water removal'이라고 치면 나오는 액체들이 그것이다. 한번 공구를 통해 구입해서 사용해보았는데, 마침 상처가 있던 걸 모르고 사용했던 지라 귀가 따가워서 미칠 것 같던 지옥을 맛보고 말았다. 둘 다 알코올 성분이 포인트이고, 물을 빨리 날려버리자는 취지로 이용되고 있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되지만, 판매 약품보다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것이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귀에서 물 빼는 약

귀에 물이 자주 들어가는 타입이라면, 사실 귀마개를 애용하는 것이 답이다. 물론 타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하는 애로사항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운동 중에는 강사의 말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혼자 연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지 않을까 싶다. 중이염 등의 증상이 있다면 수영을 피하는 것이 맞지만, 수영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것 때문에 수영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귀마개가 답이다. 귀마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귀가 다쳤을 때를 대비해 나도 하나쯤은 구비해두고 있다. 무슨 일이 있든, 수영을 멈추기 싫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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