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극장에 갔다. 특별히 봐야 하거나 기다리고 있던 개봉작들은 전부 무기한 연기되었는데, 그 틈새를 타 ‘명작 열전’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봉을 기다리고 있던 영화들이 소소하게 개봉해있었다. <1917>과 <작은 아씨들>은 여전히 극장에 걸려 있었고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나 <인셉션> 같은 극장에서 보면 좋을 영화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마블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목록에 ‘마블 특별전’도 있기에 영화 상영작들을 훑다가 <로건>이 눈에 띄었다. <로건>은 마블 딱지를 달고 나온 영화 중에 거의 유일하게 ‘아주’ 좋아하는 영화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고 싶었어 약간 늦은 시간이었지만 예매를 했다.
메가박스 코엑스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이 이 동네에 사는 유일한 장점이다. 퇴근하고 팝콘을 먹으며 적당한 영화를 보는 것을 월별의 낙으로 삼았는데, 코로나 창궐 이후 그것을 하지 못해 오랜만에 찾은 극장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예상은 했지만 극장에 사람이 너무 없었다. 월요일 저녁이라고 해도 메가박스 코엑스에는 늘 사람이 북적였는데, 어느 곳을 둘러봐도 군집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팝콘을 튀기는 소리도 냄새도 나지 않았다. 작은 팝콘을 하나 주문했는데, 안쪽에서 직원분이 조심스레 팝콘을 가지고 나오는 모양이 몹시 묘했다.
<로건>은 여전히 재밌었고, 언제나 같은 지점에서 날 울게 만들었다. <로건>이 상영되던 상영관 안에는 다섯 사람밖에 없었다. 모두 각각 떨어져 양쪽에 짐을 두고 편하게 앉아 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영화를 봤다. 그렇게 앉아 있으려니 잠깐 <리치 리치>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남들과도 부딪히지 않은 채 영화를 ‘잘’ 봤다. 편안함과 이질감을 동시에 느꼈다. 네 줄 옆의 한 여자는 신발을 벗고 앞 좌석에 다리를 올린 채 영화를 보고 있었다.
상영이 끝나고 극장을 빠져나오는데, 아까보다 더 조용하고 고요한 복도가 엄청나게 어색했다.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곳곳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과 발열 체크를 하는 사람들도 어색했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텅 빈 코엑스몰을 바라보며 그제야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백신이 개발되면 달라질까. 그때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침투하게 되는 것 아닐까. 이전과 같이 줄 서서 기다리며 팝콘을 받고, 낄낄거릴 수 있는 영화들을 친구 손을 잡고 보거나 혹은 눈물을 줄줄 쥐어짜는 영화들을 옆 사람의 눈치를 봐가며 관람하던 시절은 지나갔을까.
한강공원의 인구밀도와 현저하게 차이 나는 코엑스몰 내의 인구밀도가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마 <로건>을 보고 나온 후여서 더욱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좀 이상하고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 나만 덩그러니 남은 것 같은 적막감을, 서울 한복판의 코엑스에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