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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Feb 22. 2020

샘 멘데스 신작, <1917>


아직까진 연초라고 해도 좋을 법한데, 좋은 영화들이 쏟아진다. 샘 멘데스의 <1917>은 꽤 오랜 시간 기다렸던 영화고 작년 말부터 보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영화. 최적의 환경에서 보고 싶어 일찍부터 발품을 팔았고 결과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웠다.


나에게 최고의 전쟁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로, 전무후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1917>이 전쟁영화라는 소재 안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무엇보다 저 유명한 로저 디킨스가 촬영감독이었기에 샘 멘데스와 로저 디킨스를 필두로 하는 전쟁 소재의 영화, 그것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타이틀이 어떻게 사용될지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로저 디킨스는 결국 이 영화로 <블레이드러너 2049>에 이은 오스카 수상을 거머쥐었고. 


 <1917>은 타임라인 그대로, 그러니까 3인칭 관찰자 시점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게끔 설정되어 있다는 장점이 가장 컸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원테이크 신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묘하게 편집된 롱테이크 샷들(원 컨티뉴어 샷)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존의 전쟁영화에선 쓰일 수 없던 방식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때문에 장르적인 쾌감도 상당하고 다소 뻔한 플롯이라 한들 색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도 하다. 전쟁영화의 캐릭터 배치는 대체로 총격 신, 근접 격투신이 많은데  <1917>에서는 이럴 때 흔하게 쓰이는 교차 편집 없이 그대로 주인공 스코필드의 시점을 따라 움직여 극도의 긴장감을 유려하게 표현해냈다. 


다만 단일 캐릭터를 따라가는 긴장 넘치는 액션들을 차치하면, 다른 부분들이 충분히 이 액션을 뒤받쳐주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장면들이 많았기에 같은 전쟁영화 장르에 있어, 역시 <덩케르크>를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쟁영화의 새 지표를 열게 된 기술적인 성취에는 이견이 없지만, 다른 전쟁영화들에 비교하면  <1917>은 질주를 표방한 다큐멘터리에 가깝고, 울컥하는 지점이 있었으나 기존의 명작들과 비교해 그 깊이가 너무 얕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덩케르크>가 굉장히 중요한 영화라 자꾸 언급하게 되는데(비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의미에서 <덩케르크>나 약간 비슷한 플롯을 가진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과 동등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뱀발로, 가능하면 아이맥스 관람으로 보는 것이 좋다.  <1917>의 모든 장면이 Arri LF 카메라로 촬영되었기에 아이맥스가 아닌 일반 상영관에서는 아래위가 조금 잘려 나오게 되기 때문에 <덩케르크>와 마찬가지로, 온전히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아이맥스를, 그리고 아이맥스 관람 이후 2차 관람에서는 MX 관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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