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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un 10. 2020

<침입자> 리뷰


사실 <침입자>에 대해 크게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기록해두고 싶어서 잡문을 남긴다. 소설가로 이미 입지를 굳힌 지 오래인 손원평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손원평의 첫 장편인 『아몬드』를 무척 재밌게 보았고 그녀가 발표한 단편들을 어쩌다 보니 다 챙겨 보게 되었는데, 늘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과 같은 기승전결을 꾀하고 있는 소설들을 바라보며 영화 또한 기다렸다. 원래는 '도터'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최종적으로 <침입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개봉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개봉했고, 경쟁작은 전무한 수준이라 어느 정도 현시점에서의 흥행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침입자>는 스릴러로 시작했다가 오컬트가 덧입혀진 반전이 꽤나 중요한 장르물인데, 이런 장르는 <불신지옥>같은 명작이나 <사바하> 같은 평타 이상의 작품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불모지라,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도 있다. 김무열과 송지효, 예수정이라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나 미묘하게 캐릭터를 따라 일그러지고 구겨지는 감정선들은 아주 좋았고 전반적인 연출도 음습하게 잘 꾸려졌다 싶었지만 결정타를 날리는 장면들에서 너무 쿠션들을 깔아줘서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이를테면 좀 더 날선 호러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K-드라마스러운 플래시백으로 돌연 그 감정을 깨버리는 장면들이 그랬다. 몇 장면들을 도려내고 갑자기 '토요미스테리'적인 음향들을 제거한다면 더 독특한 느낌의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침입자>를 보는 내내 한국 고전 호러 영화들이 생각났다. 그들의 장점을 답습하고 오마주를 바치는 차원이었다면, 위의 단점을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두 어편 정도 이후에 손원평 감독이 계속 이런 장르를 고수한다면, 정말 소위 말하는 '호러/스릴러/오컬트계의 마스터피스'가 탄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되고, 또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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