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씩은 감기에 걸린다. 어쩌다 그 해의 감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고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내 몸은 알아서 그다음 해에 딱 그만큼의 감기를 더 얹어주곤 한다. 매년 이렇게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적어도 나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해왔지만, 애석하게도 또 감기에 걸렸고 지난주 내내 감기로 고생했다. 행사나 일정이 많았던 주간이어서인지 그만큼 이번 감기는 더 고통스러웠고 자극적이었고 내 혼을 쏙 빼내갈 만큼 아픈 두통과 함께 했다. 감기에 심하게 걸려 몸살까지 얻고 난 후 침대에 누워 휴지통을 끌어안고 골골 거리는 밤을 허우적거리다 보면 벼래 별 생각이 들곤 한다. 이를테면 누워있는 침대와 가까이 있는 것들의 흠을 잡곤 하는데, 이 이불은 언제 빨았지, 저 책은 왜 모서리가 노랗게 변한 걸까, 침대 옆 인형에는 벌써 먼지가 내려앉았네 세탁해야지 하는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잠에 빨리 들고 싶어 감기약을 따듯한 물에 녹여 벌컥벌컥 들이켜 봐도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과 눈이 또렷해지고 몸은 노곤해지는 기현상만 발견하고 쉽게 감기라는 질병에 굴복하고 만다. 그리고 그렇게 가까스로 잠에 든 날 밤은 어김없이 엄청난 악몽의 고통을 동반한다. 시답지 않게 생각한 것들이 꿈속 현실에서 구체화되어 나를 괴롭히고, 감기로 고통받으며 잠을 청하는 몇 시간 동안 나는 그 구체화된 망상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다음 날 아침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나곤 한다. 그 악몽은 대략 내 현실의 욕망과 기억과 제법 맞닿아 있는 것이어서, 헤어진 연인에게 잘 해주지 못했던 것들이라든지 혹은 내가 저질렀던 아주 큰 실수들이 다른 방식의 이야기로 발화되어 내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늘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나는 감기에 걸리는 것이 참 싫다. 아니, 애초에 좋을 리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