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시내의 이색 거리를 찾아서
세계 각국에서 흘러 들어온 각양각색의 사람들, 여행자의 천국인 태국의 방콕. 하루가 멀다 하고 변신과 변화를 반복하는 다채로운 도시 ‘방콕’의 틈새에 외국인들과 관광객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독특한 거리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동서남북으로 다양한 문화들과 고루 맞닿아있는 물 흐르듯 흘러 들어온 다양한 이주민들을 위해 조성된 ‘외국인 거리’가 그것이다. 오래 전부터 태국의 수상업과 시장경제의 큰 축을 함께 해 온 ‘아랍인 거리’,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넘어 태국에 정착한 ‘인도인 거리’, 태국 경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밀집한 ‘차이나타운’ 등,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흔한 방콕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국적인 ‘또 다른 방콕’을 소개한다.
방콕의 대표적인 번화가 중 하나인 ‘나나’와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수쿰윗’거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이슬람교를 믿는 모슬렘들을 위한 크고 작은 거리들이 조성되어 있다. 쏘이(태국어로 쏘이는 ‘골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3구역에서부터 쏘이 7구역에 이르기까지의 작은 골목들이 모인 이 거리들을 통칭 ‘아랍인거리’라고 하는데, 워낙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수쿰윗 지역에 이슬람권 국가들의 대사관들이 밀집되어 있는 거리를 일컫는 것이다. 밖에서 보면 일반적인 방콕의 작은 골목들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오전 10시가 지나 상점들이 슬슬 문을 열 시간이 다가오면 길가 곳곳을 활보하는 모슬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찌는 듯한 한여름에도 긴 팔과 긴 바지를 차려 입고 알라에게 드리는 기도를 위해 집을 나서는 사람들, 혹은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일찌감치 모여 함께 차를 나눠 마시며 이슬람식 아침을 나눠 먹는 사람들 등 방콕 방방곡곡에 모여있는 모든 무슬림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랍과 이슬람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파키스탄 대사관 바로 앞 쪽 골목에 길게 뻗어있는 ‘쏘이 5’구역에는 터키,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파키스탄, 오만 등 다양한 무슬림 국가들의 음식을 기반으로 하는 레스토랑과 이 레스토랑을 찾는 모슬렘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들이 즐비해있다.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온통 알아들을 수 없는 꼬부랑글씨인 아랍어가 잔뜩 쓰여있는 상점 너머로, 히잡(얼굴만 남기고 머리전체를 감싸는 스카프)을 걸친 이슬람 여성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 이곳이 태국인지 중동인지 착각하게 된다. 방콕의 아랍거리는 우리가 평소에 멀고 어렵다고만 느껴왔던 이슬람권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다소 생소한 아랍권 국가들의 상품들을 구매하고, 가장 현지에 가까운 맛을 내는 이슬람 음식을 즐기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도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가는 길: 방콕 BTS펀칫(Phloen Chit)역에서 내려서 BTS 나나(Nana)역으로 계속 걷다 보면 왼쪽에 쏘이3부터 쏘이11에 이르기까지 작은 이슬람 상점골목들이 이어진다. 흔히 ‘아랍인거리’라 일컫는 곳은 쏘이3부터 쏘이5에 집중되어 있다.
다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태국과 인도는 불교가 창시되고 고대 왕조가 건립되는 순간부터 지역과 인종을 뛰어넘어 다양한 신화와 설화를 공유해왔다. 인도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가 태국 방콕의 왕궁 ‘왓 아룬’ 내에 그려진 벽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방콕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 ‘새벽사원’은 인도의 시크교에서 유래된 사원이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수많은 인도인들이 태국으로 유입되어 왔고, 태국 정부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인도인 쿼터를 둘 정도로 이를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방콕 내에서 인도인들의 입지는 태국 그 어느 지역보다 넓은 편이어서, 이들이 밀집해 있는 ‘빠후랏’ 거리는 방콕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인도라 느껴질 정도로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방콕의 작은 백화점인 ‘엠포리움’은 이 거리에서만큼은 ‘인디안’엠포리움으로 탈바꿈하고, 거리의 곳곳에 있는 의류상점들은 일반적인 반팔, 반바지나 태국 전통 의상을 팔지 않고 오로지 인도의 전통의상 혹은 이 전통의상을 제작하기 위한 옷감들을 판매하고 있다. 얼핏 인도의 수도 델리의 재래시장을 생각나게 하는 번잡함과 시끄러움, 그리고 길거리를 걷는 내내 들려오는 힌디어는 인도와 인도여행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공부가 될 정도다. 인도인거리 ‘빠후랏’에서 파는 인도음식들도 모두 인도 현지에서 먹는 맛과 별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갖가지 인도 음식들의 향연에 혼을 빼앗긴 채 걷다 보면, 방콕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의 착각이 들기도 한다.
*가는 길: 타논 빠후랏은 방콕 왕궁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시암이나 실롬 등의 시내에서는 BTS사판탁신역에서 수상버스로 갈아타 라치니(N7정류장)에 내려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
태국 관광객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관광객은 중국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태국 내의 중국인 관광객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이제는 단순 관광객의 입지를 벗어나 실제로 태국에 거주하며 태국 상업계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거대한 세력을 떨치고 있는 중국인들, 그리고 이들의 집중주거지역인 방콕의 ‘차이나타운’은, 아시아 지역에 있는 그 어떤 지역에서도 접할 수 없을 정도의 활기와 분주함을 자랑한다. 서울로 치면 광화문에서 종로 5가에 이르기까지의 거리 전부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광대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방콕의 차이나타운은, ‘태국’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융화되어 동남아시아와 중국 두 대륙이 함께 어우러진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방콕의 차이나타운은 태국에 유입된 이주민의 절반 이상의 비율을 자랑하는 중국인들의 손으로 이루어진 거리답게, 방콕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진귀하고 신기한 식품들과 상품들이 즐비해있다. 중국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취두부부터 각종 어육류의 고기뿐만 아니라 정체불명의 디저트와 식재료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중국의 재래시장이나 다름 없게 느껴질 정도다. 물론 그만큼 엄청난 인구가 유입되고 빠져나가기 때문에 차이나타운에서만큼은 호주머니와 가방 간수를 단단히 해야 한다. 소매치기 등만 주의한다면 차이나타운은 외지인들에게는 천국에 가까울 정도로 볼거리와 먹을 거리가 넘쳐난다. 이곳에서만큼은 방콕 현지인들도 ‘방콕’이라는 단어를 잊고 중국의 문화에 빠져들 정도다. 실제로 방콕 내에서도 차이나타운은 독특한 문화를 느끼며 이색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꼽혀서, 주말마다 차이나타운을 찾는 태국의 현지인들 수만 어마어마하게 집계될 정도다. 추석이나 구정(설날) 등 중국의 각별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방콕의 차이나타운은 길을 잃을 정도로 화려해지고 길을 엄청난 수의 인파로 뒤덮인다. 주말 점심때마다 큰 대로변들을 점거하여 각종 노점시장과 먹거리 장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즐비하게 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세계 어느 곳에나 중국인과 차이나타운이 존재한다’는 속담이 생기게 된 원인을 실감하게 된다.
*가는 길: BTS사판탁신역에서 수상버스를 갈아타고 랏차웡(N5)정거장에서 내려서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방콕의 차이나타운과 인도인거리는 같은 거리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두 곳 모두 방문할 예정이라면 반나절 정도를 투자해 한꺼번에 둘러보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