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영 Jan 25. 2021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화이트 타이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화이트 타이거>. 멘 부커 상 수상작에 빛나는 아라빈드 아디가의 동명 소설 '화이트 타이거'를 원작으로 한 영화고,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는 영화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프리얀카 초프라가 조연 및 제작에 참여한 영화이며, 라민 바흐라니 감독, 라지쿠마르 라오가 출연하며 주연을 맡은 아다쉬 구라브는 배우보단 가수로 유명한 편이었지만 <화이트 타이거>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하층계급으로 태어나 가족을 부양하는 '노예'로 살던 '발람'은 어느 날 동네 유지의 아들 '아쇽'을 만나게 되고, 필사적으로 그를 쫓아다니며 그의 운전기사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채용된 발람은 아쇽의 자발적인 하인으로 충실히 하루하루를 살아아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것이 운명이라 느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뒤집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사건으로 인해 발람은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꽤 오래전부터 아라빈드 아디가의 소설 '화이트 타이거'를 좋아했다. 멘 부커 상 수상 이후에 한국어로 된 번역서를 읽어 보았는데 번역이 고르고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도 여행 중에 원서로 사서 여행 내내 곱씹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가끔 역시 멘 부커 상 수상자이자 인도인인 살만 루슈디와 비교되곤 하는데, 그의 소설보단 좀 더 '현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그러니까 '인도'에 관한 기본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살만 루슈디 소설의 경우 인도에 관해 꽤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조차도 근대사를 다시 공부하며 읽어야 했으니) 소설이다. 문장 자체도 독특해서, 쉽게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듯 말을 건네는 어투인데 그 안에서 모든 사회적 문제와 계급적 문제들을 모조리 솎아내고 있으니 과연 멘 부커 상 수상작이란 생각에 참 대단하다 느꼈다.

넷플릭스 영화 <화이트 타이거>도 아라빈드 아디가의 소설이 주는 느낌과 꼭 맞아떨어지는 영화다. <화이트 타이거>는 여전히 인도에 팽배해있는 카스트 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가게 만드는, 다시 말해 '지금의 인도'가 돌아가게 만드는 톱니바퀴 속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내용 자체만을 보자면 꽤 일반적이고 흔한 서사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를 설명하는 주체가 '발람'이라는 것, 그가 현재는 자신의 태생과 정반대의 위치에 서서 이 모든 것을 조망한다는 사실이다. 가족의 '노예'와 주인 아쇽의 '노예'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한 세대에 한 번 태어나는 전설의 동물 '화이트 타이거'로 명명하는 방식. <화이트 타이거>는 발람의 내레이션을 통해 인도뿐만 아니라 현대의 자본주의가 정립되는 과정, 기업의 생존 윤리를 효과적인 비판 방법으로 설파한다.


"인도 남자의 절반 이상은 나처럼 생겼는걸요. 그러니까 절대 잡히지 않죠."라는 대사가 <화이트 타이거>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많은 '발람 계층'의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틈새를 <화이트 타이거>의 '발람'은 뚫고 들어가 자신만의 나라를 만들어 세우고 그것을 '사회 기여'라고 보는 방식. 발람도 결국 가식과 부조리, 계급적 차별을 온몸에 두르고 있는 전 주인 '아쇽'과 동등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그게 진리라고 자부한다. <화이트 타이거>가 이른바 '개천용' 스토리의 히어로 라인이거나 완벽한 스릴러/범죄물을 표방한 사회비판 드라마였다면 크게 재미를 느끼진 못했을 것이다. 닭장 안에 갇힌 닭, 철창 안에 갇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백호'처럼, <화이트 타이거>의 발람도 스스로를 그 수많은 닭장 중에 하나로 결국 끼워 넣게 된다. 그 씁쓸한 뒷맛 때문에 소설 '화이트 타이거'를 좋아했고, <화이트 타이거>도 그 맛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기에 내겐 굉장히 매력적인 드라마로 자리 잡게 되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욕의 품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