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를 봤다. 안타까운 지점들이 많아 그냥 두서없는 리뷰를 남긴다. 배경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인데 다 보고 나면 설날특선으로 편성된 공중파 영화를 본 느낌이다. 물론 '설날특선'영화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것 외에 더 <승리호>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 이전, <승리호>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가장 큰 걱정은 역시 CG였다. 아무리 CG를 좋게 쳐발라도 흠이 보이는 스페이스오페라니, 어지간한 캐릭터와 액션이 가미되지 않고선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그런데 CG가 문제가 아니었다. 캐릭터가 너무 평평하다. 이 세계관은 분명 멋진 세계관이고 그걸 묘사하는 데만도 어지간한 장르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텐데 그걸 캐릭터가 전부 깎아먹고 있다. 다음은 그 세계관을 묘사하는 '방식'의 문제. 여기저기서 차용한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을 영화들을 2시간 내에 몽땅 몰아보고 나온 기분이다. 원작 웹툰을 보지 않아 중후반과 결말이 어떻게 끝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중반 이후부터, 영화 속 캐릭터 중 한 명이 갑자기 죽어도 심드렁하게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에 거기에 아이와 부모, 여러 가지 각종 신파 서사가 붙으니 점점 더 재미가 없어지더라.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대사나 회상조로 그 인물의 일대 서사를 축약해서 표현하는 건 정말 어지간한 연출이 붙지 않고서는 지양해야 할 행동이라 생각한다(<원더우먼1984>도 같은 의미에서 최악이었다). 근데 그런 시퀀스를 약간 반전처럼 넣고 나니, 그 뒤로 진짜 말 그대로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후반부는 될 대로 되라 라는 심정으로 버틴 것이 사실이다.
기대를 조금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다. 조성희 감독 영화인데, 아무리 기대가 없어도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지 않나. 잘 모르겠다. 내 기대치가 예상보다 낮게 설정한다 해도, 너무 높았나 싶다. 아, 김태리 배우는 정말 돋보였다. 역시 김태리. 장선장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다루는 방식과 묘사는 좋았다. 다만 그것이 '부모'와 만나게 되는 지점부터는 이제부터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되더라.
극장에서 봤다면 좀 더 재밌을까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아닌 것 같다. 넷플릭스가 살린 또 하나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