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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r 10. 2021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나는 원래 픽사나 디즈니 영화의 더빙 개봉을 대체로 즐기거나 선택한 적이 없고, 원래의 성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좋아하기에 10이면 10 늘 자막 상영을 우선으로 선택했었다. 그런데 아주 오랜만에, '더빙 영화'가 보고 싶다는 기분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상영 이후 느꼈다. 결국 그건, 이 영화가 '엄청나게' 재미있었다는 말. 물론, 전날 보았던 <미나리>가 너무 별로였기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겠으나.


'디즈니픽사'가 아닌 '디즈니'의 새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 최초의 동남아 공주가 등장한다는 사실로 화제를 끌었다. 실제로 그게 화제가 되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랬다. 좋았어,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인도 신화를 벤치마킹해서 픽사나 디즈니가 남아시아권까지 건드릴 수 있겠어! 속으로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마하바라타'를 반드시 제작하고 말겠다는 말을 아직 곧이 곧대로 믿으며 기대하고 있는 사람으로, 내가 주목하는 문화권에 주류애니메이션 문화계가 조금씩 다가간다는 건, 어쨌든 설레는 일이 될 테니까. 실크로드의 첫 발을 내디뎠다는 느낌이라면 너무 호들갑일까. 아무튼 한국에서는 메콩강의 문화 자체 또한 굉장히 평가절하 되거나 아예 알려지지 않았기에, 넓게는 동남아/동북아 문화권을 좀 더 알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싶었다.


동남아시아의 문화적 풍습과 동남아시아/동북아시아를 섞은 인물이 주인공인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고증의 유무를 다투기는 조금 애매한 영화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환상 속 동물 '드래곤'이 주가 되고, 그 드래곤들이 살아 숨 쉬던 시기는 평화로웠으나, 절대 악의 발현과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붕괴된 세상,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동물, 남겨진 '마지막 드래곤'의 연대에 관한 이야기다. 드래곤의 모습대로 이름 붙여진 각 지역은 어쩔 수 없이 '메콩강'을 연상시키긴 하지만, 말 그대로 이는 영감만 받은 것일 뿐 특정 지역이나 국가를 대표하는 서사가 아니기 때문에 설화나 동화에 가까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에 8할을 쏟은 셈. 관련해서 여타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나 본데, 사실 노이즈마케팅이라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라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드래곤'과 '물'이 주 소재이다 보니 이 두 가지를 영화에 녹여내는 방법과 묘사가 정말 아름답다. 쨍한 드래곤의 색감,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쿠만드라' 내의 여러 지역들의 의복이나 환경들에 대한 묘사도 무척 좋았다. '귀여운 감초 캐릭터'가 이번에도 등장하고,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디즈니 프린세스보다 매력적이다(심지어 <뮬란>보다도! 제일 좋아하는 <알라딘>의 쟈스민은 동일 값이라고 치고!). 단지 아시아권을 소재로 했다는 설정보다, 디즈니 프린세스가 이제 드디어 '왕자 바라기'에서 벗어나고 동료를 찾는구나!라는 뿌듯함을 느꼈다.


<모아나>의 제작진이라 그런지 물과 흙, 특수효과를 다루는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다워, 꼭 극장 관람을 권하고 싶은 올해의 영화 중 하나. 극 중 '마지막 드래곤'인 '시수' 역할은 아콰피나가 맡았는데, 캐릭터 자체가 시작단계부터 아예 아콰피나를 먼저 캐스팅하고 시작했을 거란 확신(!)이 들만큼, 매력적이고 유쾌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HbYPUUshK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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