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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20. 2021

드니 빌뇌브의 <듄> 리뷰

'It Begins'라는 문구만 보고, 속편의 제작이 아닌 다른 방식의 'Begins'를 생각했지만....



드니 빌뇌브가 <듄>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다시 <그을린 사랑> 때의 드니 빌뇌브로 영영 돌아갈 수 없음을 고하면서도, 동시에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를 기다렸을까, 그렇다면 <듄>은 드니 빌뇌브 필모에 있어 다음의 챕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만드는 작품이 아닐까를 생각했다. 드니 빌뇌브적 서사의 흐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을린 사랑> 혹은 많이 가봐야 <컨택트>에 멈춰있고, 본격적으로 내가 빌뇌브를 '좋아하는 감독'의 목록에 넣게 된 건 <시카리오> 혹은 <컨택트> 이후이니, 그때부터 빌뇌브의 미장센을 그 영화의 전반에 있어 최우선으로 삼고 기다리게 되었으며, 다시 말해 내 취향 안에서 빌뇌브를 가름하자면 그가 <컨택트> 이후 지금까지 관객에게 보여주지 못해 안달난, 그런 미장센이 나를 빌뇌브의 영화를 선택하는 계기로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빌뇌브의 영화는 종종 너무 지나친 아트워크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듄>도 못지 않다. 평단과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얻어 오랜 시간 SF의 고전으로 남아있는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 원작 소설 <듄>의 주 무대는 사막이다. 실제로 막 개발에 들어간 사막 지역에서 영감을 얻어 행성 '아라키스'가 창조되었고, 텁텁한 모래바람을 견디며 복수와 전진을 다짐하는 아트레이드 가문의 생존자이자 주인공 '폴'의 이미지가 소설 <듄>의 초반을 아우른다. 빌뇌브의 <듄>은 원작 소설 시리즈 중 극초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오프닝부터 'Part 1'을 서두에 녹이고 시작하는 걸 미루어 보면, 적어도 Part 3까지, 이를테면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같은 시리즈가 될 테다. 아트레이드 가문과 하코넨 가문, 프레멘이나 베네 게세리트, 아라키스 행성 등 원작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세계는 이런 것이다'는 세계관의 설명에 초점을 맞췄다. 확실히 막 개봉한 <듄> 하나만으론, 부족한 느낌이다.


앞서 아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듯, <듄>은 누가 봐도 빌뇌브가 만들고 창조한 세계임이 단박에 이해되는 작품이다. 원작의 각색이나 추가된 서사 없이 원안 그대로를 영상화한 작품이기도 하다. 원안을 영화로 해석하는 자유도는 대폭 축소했지만, <듄>을 보고 있으면 어차피 빌뇌브가 관심가지고 있던 건 그쪽이 아니라는 확신이 강하게 든다. 인물이나 감정에 기대지 않으면서, 극 자체를 보여주는 방식. 데이비드 린치의 <듄>(1984)가 인물과 사건에 중심을 맞춘 영화였다면, 드니 빌뇌브의 <듄>은 배경 그 자체를 보여주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심심한 맛은 있지만, 린치의 <듄>을 워낙 좋아하지 않았던 나, 그리고 빌뇌브의 미장센을 좇던 나 같은 사람들은 이쪽이 훨씬 구미가 당길 것이다.


영화적 경험의로의 <듄>은, 여러 물음표를 지나 하나의 느낌표를 안겨주었다. 빌뇌브가 반드시 큰 상영관에서, 되도록이면 아이맥스로 이 영화를 관람하라는 당부를 주었을 정도로 아이맥스 화면비에 집착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영화인데, 역시나 그랬다. 모든 장면이 아이맥스로 촬영된 건 아니지만, 주요 전투 장면이나 크리쳐가 등장하는 부분의 대부분은 아이맥스로 찍혔고, 특히나 <듄>에서 가장 기대했던 모래벌레와 사막 시퀀스의 스케일을 담아내기에 아이맥스는 필수적 요소라 생각된다. 다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에 이런 방식으로 아이맥스 촬영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한 물음표가 머릿속에 동동 떠다닌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나 <테넷> 처럼, 아이맥스 화면비가 시퀀스별로 뜯어서 분리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듄>을 아이맥스로 관람하는 사람들에겐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맥스(1.43:1)에서의 <듄>은 앞서 이야기한 특정 시퀀스, 이 영화가 가진 세계관의 배경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황홀감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영화를 보면서 티모시 샬라메에 관해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나(....) 싶었는데, 우수에 찬 미래의 선지자, 복잡한 심경의 귀공자의 모습을 담기에 샬라메의 클로즈업은 아주 적격이었다 생각된다.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를 크게 하고 싶진 않지만, 오스카 아이작과 레베카 페르구손(맙소사 너무 좋아하는 배우다!), 장첸(!)과 하비에르 바르뎀 등을 한번씩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레베카 페르구손의 '베네 게세리트'족 연기는 그 어떤 '레이디 제시카'도 따라가지 못할 전율을 안겨주기도 했다.


한스 짐머의 음악에 대해선, 사실 <듄>의 스케일만 봐도 "야, 이거 한스 짐머가 딱인데"의 그 한스 짐머이기 때문에, 그가 참여한 블록버스터급의 다른 영화들처럼 사운드트렉만 떼고 들어도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건 오스카감이다'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완전한 SF장르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한스 짐머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한 느낌.


아래는 워터타워 뮤직에서 제공한, 한스 짐머의 <듄> OST 클립.

https://www.youtube.com/watch?v=uTmBeR32G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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