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영 Oct 18. 2018

출국 전에 버려야 할 것들

인도에 '왜 가는지'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면, 그다음부터는 그 '왜'를 성공적으로 이루고 돌아올 수 있도록 계획을 짜야한다. 가고 싶은 도시나 지역의 기온은 어떤지, 역과 숙소의 거리는 얼마나 되며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한 기본적은 검색은 필수다. 아무 일정 없이 몇 개월이고 인도에 머물 예정인 사람이라면 좀 상황이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도 여행을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2, 3개월 정도에 마무리되는 일정으로 잡곤 한다. 인도는 무척 넓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을 한 도시에서만 머무는 느긋한 일정을 짠다고 해도 제법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그 도시 다음의 일정으로 이동하기 위한 기차표나 비행기표를 예매한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대표적인 여행자들의 도시인 델리, 아그라, 바라나시만 목록에 넣는다고 해도 준비해야 할 것들이 이미 당신의 체크리스트에 차고 넘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인도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여행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 속의 인도는 소설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인도여행에 앞서 온갖 정보가 빽빽하게 쓰여있는 가이드북보다 제법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찾는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여행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의 단면을 가볍고 즐겁게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국적이고 감각적인 사진들이 빼곡하게 실려있는 에세이들은 아직 그곳에 당도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제격이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소설들과 영화들은 압도적인 풍경과 아름다운 로맨스들을 뽐낸다. 그러나 잊지 말자. 그토록 찬란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인도에 입국하자마자 당신에게 떡하니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당신이 '처음 마주하게 될' 인도와는 명백하게 다르다. 


인도와 관련된 여행기나 에세이를 읽다 보면 다양한 호기심들이 하나둘씩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기 마련이다. 큰 눈망울의 아이들, 바라나시에서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왔다는 이야기, 낯선 인도인과의 로맨스, 길거리의 부랑자에게 철학적 가르침을 얻었다는, 이를테면 뻔하지만 어쩐지 '인도에 간다'고 하면 나에게도 생길 법한 호기심들 말이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먼저 쓰인 이야기들에 취해 수많은 호기심들을 안고 인도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어렵게 인도행을 결정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선택하고 기대하는 것 이상을 찾고자 한다. 그에 따라 부지기수로 늘어나는 호기심과 궁금증은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출처 없는 동경만을 품고 인도로 향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서점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인도여행 관련 책들, 그 속의 수많은 미사여구들이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정과 보정을 거쳤을지 생각해보라. 어느 국가든 '유토피아'라는 것은 없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갠지스강에는 분홍돌고래가 없다 


인도에 관한 많은 루머 중 가장 유명한 건 '갠지스강에는 아름다운 핑크빛 돌고래가 산다'는 말이다. 갠지스강에서 돌고래, 그것도 크고 아름다운 분홍빛깔의 돌고래를 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시발점이 어디였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분홍빛깔의 아름다운 돌고래가 나타날 때마다 갠지스강은 무지갯빛으로 밝게 반짝였다는 속설만 남았다. 그 말을 믿던 사람들은 돌고래가 잘 보인다는 이른 새벽과 늦은 밤에 갠지스강의 끄트머리를 향해 노를 저었고, 그들 중 누구도 무지갯빛 강과 반짝이며 빛나는 분홍돌고래를 만나지 못했다. 더러는 다음날이 밝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곱게 화장된 소설과 여행기의 환상들이 들려주지 않는 것은 이런 이야기다. 한때 갠지스강에 살던 잿빛 돌고래는 이제는 강의 오염도에 따른 멸종위기로 인해 다른 곳으로 옮겨진 지 오래다. 그 돌고래가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밝게 빛나는 선명한 분홍색을 뗬던 적은, 물론 없었다.


그렇다면 인도를 가기 전에 단 하나의 호기심도, 단 하나의 환상도 함께 가져가면 안 되는 것일까, 인도여행을 낭만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일까. 당연히 그건 아니다. 직접 인도의 공기를 들이마시기 전까지 낭만과 환상, 호기심들을 잠시 접어두자는 것이다. 여행의 길목에서는 누구나 설레기 마련이다. 다만 인도라는 국가는 다른 곳들과 다르게 예열기간이 필요하다. 단번에 스위치를 올려 불의 세기를 높이는 건 불가능한, 까다롭고 이상한 여행지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당신의 참을성은 반드시 보답받을 테니까. 인도 땅을 밟는 그 순간부터는 이전에 하지 못했던 독특하고 놀라운 경험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한 발자국만 더 뒤로, 한 숨만 더 깊게 쉬며 막연한 호기심, 애타는 마음을 내려놓고 기다리자. 


당신의 여행에 대한 열정이 인도에서 제대로 발화되기 위해서는, 딱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