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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Nov 26. 2018

인도에서 주의해야 할 동물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은 동물단체들이 무척 좋아하는 문구다. 한 국가의 도덕적 수준을 동물에 대한 인식으로 가늠한다는 말이니 비단 동물단체들이 아니더라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폭넓게 이 문장을 애용하곤 한다. 저 간디의 말 한마디 때문에 인도를 찾는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쓰레기 더미 취급을 당하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보고 충격에 휩싸이곤 한다. ‘동물권이 우선이라는 국가에서 이래도 되는가’는 말을 되뇌며 말이다. 간디가 어떤 세상을 후손에게 바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도인이라고 해서 모두 동물을 좋아하거나 동물복지에 힘쓰는 것은 아니다. ‘인도는 동물권이 우선인 나라’라는 환상이 깨지는 시간은 일주일 남짓이었을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에서 지내면 확실히 동물과 가까워지고 친숙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일단 한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동물들이 밤이고 낮이고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배회하기 때문이다. (아주 많은 무리의)개, 쥐는 매일 수 십 번은 마주하고 소, 말, 원숭이, 심지어 코끼리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동물들이 거리를 장악하고 돌아다니는 탓에, 많은 여행자들은 자동적으로 이들에게 지대한 호기심을 가진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예 한국에서부터 먹을 것을 챙겨가기도 하며, 소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잎사귀를 모아 다니는 사람도 있고, 원숭이를 위해 매일 바나나를 사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 틈틈이 다가오는 동물들에게 땅콩을 던져주거나 바나나를 건네며 호기롭게 그들의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여행자. 생각만 해도 근사하다. 동물들과 더불어 한데 어울리는 여행자의 삶. 인도에서는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자연친화적인 인도에서의 에피소드 이면에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인도여행 중에 주의해야 할 것을 손에 꼽아본다면 ‘동물들’의 순위는 늘 상위권에서 웃돌지 않을까 싶다.  



가장 보편적인 개의 모습이다. 첸나이에서 촬영.


밤거리의 지배자, 개


인도에서는 상류층을 제외하고 개를 반려와 가족의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최근에서야 익숙해졌다. 길거리에 걸으면 치이는 것이 강아지고 개들이기 때문에 도시나 시골이나 어디에서나 개는 ‘그냥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가끔씩 친숙하게 다가오는 강아지들을 어릴 때부터 보살펴 입양을 하는 경우도 생기긴 하지만, 개들이 많은 곳은 대체로 사람도 개들과 마찬가지의 빈곤한 삶을 살고 있기에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인도의 개들은 남부나 중부나 북부나 털 길이가 조금 다를 뿐 대체로 같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인도의 개들은 쥐들과 함께 대체로 최하의 삶을 지내고 있는데, 오토릭샤나 자동차 등에 치인다거나 상점에서 음식을 훔쳐먹다 들통나면 인간으로부터 가차 없이 매질을 당하기 때문에 상처나 사고가 난 그대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 음식이나 먹고 아무데서나 잠을 자는 것은 전부 비슷하지만, 인도의 개들은 다른 동물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질병을 가지고 있다. 바로 한국에선 이제 흔치 않아진 ‘광견병(공수병)’이다. 인도의 개들은 개체수를 제대로 집계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특별한 질병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들 치료하기 어려운 데다가 중성화 또한 이루어지지 않아 그 상태 그대로 대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기에, 이로 인해 복합적인 질병을 늘 안고 있다. 2014년 이후 이들을 보다 못한 인도 정부가 각 주의 역량 하에 대대적인 광견병 예방접종을 실시해오고 있으나, 개체수가 너무 많은 탓에 제대로 진행이 되지 못할 때도 많다.


인도의 개들은 늘 주눅 들어있기 때문에 처음에 나는 머리를 쓰다듬고 먹을 것을 주는 등 한국의 강아지들과 똑같이 그들을 대했다. 사실 경계심이 없는 강아지들이야 인간에게 크게 해를 가할 것 같지 않으니 손을 조금 깨문다고 해도 그냥 넘길 수는 있었다. 문제는 이 낮시간 동안 여기저기 늘어져 인간들의 눈치만 보던 강아지들은 밤이 되면 180도 돌변한다는 것. 떠돌이 개들이라 해도 자신만의 구역이 확고해서 낮의 열기가 식고 서늘한 밤이 찾아오면 이 구역을 지키고 탈환하기 위한 싸움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해가 지고 거리에 사람들이 없어지고 나면 개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다른 동물들을 공격하고 제법 높은 확률로 사람을 공격한다. 이들도 낯선 여행객과 매일 같이 그곳을 지나다니는 일반 주민을 구분할 줄 알아서, 늦은 시간 한적한 골목에 닭고기나 양고기 등을 포장해가다가 봉변을 당한 여행객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럴 때는 음식만 내놓고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와야 한다. 가끔 개들을 쫓기 위해 역으로 그들을 위협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건 좋지 못한 행동이다. 행여 거리의 개와 사투를 벌이다가 손목이나 발목을 물리는 경우가 생기면, 앞서 이야기한 광견병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광견병은 물린 즉시 바로 진단이 오는 것이 아니라 잠복기간이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단순 광견병에서 끝나지 않은 이름 모를 질병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광견병과 더불어 씻을 곳이 마땅치 않은 개들의 털 속에는 무수한 진드기들이 포진해있기 때문에, 함부로 개를 만지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가끔 진드기를 피하기 위해 손에 장갑을 끼고 강아지를 만지려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장갑을 낀 손이 자신을 공격하는 줄로 인식한 강아지가 손을 물어버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가끔 이런 귀여운 녀석들이 있지만...

푸시카르 사원의 원숭이


인도의 제왕, 원숭이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호기심을 가지고 접하게 되는 동물 부동의 1위가 아마 원숭이일 것이다. 원숭이도 개와 못지않게 길거리에서 자주 마주할 수 있는 동물로, 인도 외의 나라에서는 제법 희귀한 동물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원숭이와 교류하기 위해 원숭이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배회하곤 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원숭이는 인도에서 가장 멀리하고 피해야 할 동물로, 나는 처음 인도 땅을 밟고 지금까지 인도의 원숭이만큼은 몇 미터는 족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원숭이를 피하게 된 것은 바라나시와 리쉬케시에 머물 때 겪었던 일들 때문이다. 리시케시에서는 빨래를 하면 족족 원숭이들이 가지고 가거나 창문을 통해 쓰레기를 집어넣는 바람에 빨래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없었다. 바라나시에서는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 두었다가 잠깐 들어온 원숭이 때문에 하마터면 여권지갑과 현금들을 잃어버릴 뻔한 적도 있다. 사실 원숭이가 게스트하우스에 똥을 싸놓고 도망갔다든지, 바나나를 들고 있는 손을 낚아채거나 음식들을 갈취하는 등의 에피소드들은 약과에 불과했다. 정말로 원숭이가 위험하다고 느낀 것은, 이듬해에 인도를 찾았을 때 벌어진 큰 사고 때문이었다. 그 사고는 뭄바이의 엘리펀트 섬에서 있었고, 바나나를 가지고 돌아다니던 한 여행객을 원숭이 무리가 에워싸 공격하여 그 여행객이 크게 상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다. 식량으로 가져갔던 바나나를 이미 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이 난 원숭이들이 무자비하게 여행객을 거의 물어뜯다시피 했기에 그는 만신창이로 병원에 가야만 했다. 다행스럽게도 병원까지 걸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나는 바로 옆에서 원숭이들이 광기에 휩싸여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보았기에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겼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인도의 개들이 보유하고 있는 광견병은, 한국에서 광견병 주사를 맞고 간다면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는 수준으로 상처 부위에 2차 감염이 생기거나 다른 병균이 침투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그래도 심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도의 원숭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광견병은 이것과는 차원이 달라서, 원숭이에게 물린 그 여행객은 광견병 확진을 받은 이후에도 몇 주 간을 병원에서 나오지 못했다. 개와 다르게 원숭이는 광견병 접종을 대량으로 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닐뿐더러 특히 인도 신화의 주요 신인 ‘하누만’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포획을 하는 등의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원숭이는 인도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무법천지를 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무리 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언제든 단독으로 다니는 여행객들을 공격할 수 있고, 손을 쓸 줄 알기 때문에 정확하게 목표를 조준할 수 있다. 먹을 것에도 관심이 높지만 물건 자체에도 관심이 높아 원숭이로 인한 현금지갑이나 여권, 노트 등의 분실이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원숭이에게 목 부위 주변을 물리기라도 한다면 병원은 고사하고 그 자리에서 비명횡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도의 원숭이는 ‘하누만’인 동시에 발견되고 보고되지 않은 수많은 병원균에 완벽하게 노출되어있는 동물이기도 하다.


델리 찬드니촉의 원숭이


실제로 얼마 전 아그라의 근처 도시에서 태어난 지 12일 된 아기가 원숭이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젖을 먹이고 있던 엄마로부터 순식간에 원숭이가 아기를 낚아채어 도망가다가 사람들이 위협하자 지붕 위에서 아이를 물어뜯고 그 자리에 두고 달아났고,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골목의 터줏대감, 소


앞서 말한 동물들에 비해 어쩌면 소는 양반 격에 속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소들은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기 전에는 대체로 온순하고 이빨이나 손톱 등으로 인해 감염되는 질병은 거의 없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하지만 바라나시 뱅갈리토라 골목이나 델리 빠하르간지의 골목 등에서 소와 마주쳤다가 갈비뼈나 다리 등이 골절되는 사고가 제법 자주 발생하는 편이니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다. 골목에서 소를 마주한다면 그냥 지나가는 행인 대하듯 스쳐가기만 하면 되는데, 간혹 소가 골목 전체를 막고 있어 오도 가도 못할 경우가 생긴다. 이때 스스로 소를 움직이거나 옮기려는 생각은 하지 말고,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함께 소를 다른 곳으로 유인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칫 잘못하다가 소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심하게 받히는 수가 있다. 아무리 정확도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소는 소. 그 어마무시한 뿔에 받히는 건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괜히 소의 엉덩이 부근에서 얼쩡거리며 약을 올리다가 똥 세례와 발길질을 받게 되는 건 덤이다.   




인도는 동물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기 최적의 국가임은 분명하다. 앞서 이야기한 동물들의 사례는 이들을 피하면서 루트를 짜거나 동선을 이동하는 등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인도라는 곳은 그 땅의 크기만큼 워낙 다채로운 일이 생기기 마련이니, 그중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동물들과의 접촉, 그것도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 중에 하나인 ‘무분별한 접촉’을 피하고 예방하자는 이야기다. 다행스럽게도 인도 정부는 자국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떠돌이 동물들에 대한 질병관리 차원에서 각 도시와 마을들의 수의사들을 섭렵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토대로 길거리 동물들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니 여행객들이 길거리 동물들에 대한 걱정으로 여행을 주춤하는 일이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혹시 인도를 여행하며 정말로 동물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하고 싶다면, 인도 정부에서 운영하는 야생동물보호구역의 투어를 잡아보거나 각 주 별로 설치되어있는 동물보호센터들을 검색하여 방문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라자스탄 푸시카르 주의 ’TOLFA(Tree of Life for Animals)’라는 곳에서 머물렀는데, 이곳은 길거리에서 학대받거나 사고를 당한 동물들을 신고를 받고 데려가 치료하고 보호하는 곳이다. 동물병원이 함께 있기 때문에 방역에 굉장히 철저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인력이 상주해있기 때문에 안전하다. 이런 단체들은 1년 365일 인력난에 허덕이는 탓에 자원봉사자들을 적극적으로 받고 있는데, 이들로부터 인도 전역의 광견병 퇴치 운동인 ‘Mission Rabies’가 탄생하기도 했다. 주민들과의 관계도 상당히 좋고 많지는 않아도 외국의 지원도 정기적으로 받고 있기에 인도의 도태된 동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다면 이런 단체들의 방문 혹은 자원봉사를 적극 추천한다.

 

TOLFA에 머물던 시절의 나. 장애를 가진 동물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유독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 했다.
라자스탄주에서 가장 큰 동물보호소인 TOLFA. 영국의 지원에서 시작되었다.


동물을 좋아하든 동물을 좋아하지 않든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 반드시 광견병 백신은 맞고 갈 것. 인도는 광견병 사망 1위의 국가다. 절대 잊지 말도록 하자.



가끔씩 인도에서 길고양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고양이들이 살기엔 거리는 매우 척박하므로, 희귀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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