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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Nov 09. 2021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라스트 듀얼>


거의 끝물에 극장에서 <라스트 듀얼>를 보고 왔다. 뒤에 '최후의 결투'를 뺀 이유는, 이 영화의 제목인 '라스트 듀얼:최후의 결투'를 놓고 보면 '혼돈의 카오스' '어둠의 다크' 같은 느낌이라 그냥 뒤는 날렸다. 하나만 하던지 다른 걸로 번역하던지 이렇게 성의가 없어서야.



아무튼 각설하고, 영화가 너무 좋았고 극장에서 놓치기엔 너무 아쉬운 영화라 혹시나 관람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보러 가라고 종용하는 의도로 단상을 포스팅해본다. 맷 데이먼이 최애이기에 그가 주연한 리들리 스콧 영화라니, 간만에 구미가 당겨서 고민하다가 갔는데 혹시나는 역시나. 물론 <엑소더스>에서 약간 삐끗하긴 했지만 <킹덤 오브 헤븐>부터 중세 전투와 서사는 이분 전공이 아니던가. 그래서 좋은 구경이나 하자 싶어 자리에 앉았는데, 본 게임은 그게 아니라 중세의 탈을 쓴 페미니즘 영화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고구마 한 푸대를 흡입하는 느낌이 나지만, 152분이 순삭되었고 나도 모르게 중세 프랑스 군중이 되어 두 사람의 결투에 이르러 "죽여, 죽여!"를 외치고 있었으니 엔딩 크레딧 오르고 나서 리들리 스콧이 있을 곳으로 짐작되는 방향으로 하트를 날렸다. 영감님, 부디 오래 살아서 이런 영화 많이 만들어 주세요. 




추가로 재밌는 건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이 이 영화의 1, 2장의 각본, 즉 남성의 시선으로 각본을 썼고 3장의 진실이 밝혀지는 부분은 여성의 시선으로 담은 각본이 나오는데, 3부는 니콜 홀러프세너가 맡았다. 완전 다른 시선으로 짜여진 각본이니만큼 대비되는 상황을 바라보는 게 흥미롭다. 스스로 칼을 쥘 수 없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상황에서 굳건하게 '나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하는 마그리트의 눈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역시 벤 애플렉이 아니겠는가 싶다. 벤 애플렉 팬들이라면 이거 그냥 넘어가기 힘들 텐데 싶을 정도로 중세의 생 양아치 연기를 아주 감질나게 잘해서, 이정도 캐릭터를 끌어내는 것도 역시 감독 역량이라 생각되어 혀를 내두를 정도. 물론 그가 제일 먼저 때려 죽이고 싶은 심정이 들게 만드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아주, 아주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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