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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24. 2018

<배리 린든>(1975)


<배리 린든>의 이 장면은 배리가 부와 명예의 절정을 맞이하게 된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두 번째 챕터의 초반에 등장하는 이 장면의 서두에서 큐브릭은 배리의 몰락을 친절하게 예고한다. '레드몬드 배리'가 '배리 린든'이 되는, 배리가 린든 여백작과 결혼해 그녀를 출세의 도구로 삼게 되는 첫 번째 사건이다. <배리 린든> 전반을 통틀어 캐릭터의 성향을 가장 명료하게 표현해주던 장면. 이 장면이 묘사하는 것은 배리가 아닌 배리 옆에 앉은 린든 부인이다. 배리에게 정중하게 담배를 꺼달라고 말하는 여자의 얼굴에 배리는 오히려 담배 연기를 한가득 뿜어댄다. 이 짧은 장면은 린든 부인의 남은 삶이 얼마나 무미건조해지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군더더기 없이 한 여인의 성격과 그녀의 미래까지, 앞으로 다가올 파국까지 모조리 압축해서 보여주는 담배 연기. 이보다 더 간결하고 깔끔한 수식이 또 있을까 싶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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