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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24. 2018

<퀸 크리스티나>(1933)

루벤 마물리안의 <퀸 크리스티나>는 실제로 존재했던 스웨덴의 여왕 크리스티나에 대한 이야기다. 급진적이며 로맨틱한 멜로물로 크리스티나 여왕을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퀸 크리스티나>는 그레타 가르보에 의한, 그레타 가르보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 아름다운 여배우에게 많은 것을 할애한다. 강인한 남장에도 가려지지 않는 흠잡을 데 없는 미모와 매혹적인 눈빛을 가진 그레타 가르보가 연기한 '크리스티나'는,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된 ‘오뜨꾸뛰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크리스티나 여왕은 왕위를 버리고 사랑을 택한다. 하지만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될 무렵 그녀가 사랑한 스페인 대사 안토니오는 여왕에게 사랑의 마음을 품고 있었던 대신과의 결투로 인해 스페인으로 떠나기 직전 배 위에서 숨을 거두게 되고, 그를 바라보며 그녀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빚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나는 뱃머리에 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스페인으로 떠날 것을 결정하고 조국을 바라보며 정면으로 자신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 영화사에서 길이 남을 전설의 명장면, 전설의 라스트신이기도 한 <퀸 크리스티나>의 마지막 장면은 크리스티나 여왕에게 처음으로 행복을 일깨워주었던 사랑도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채 그녀의 왕국이었던 스웨덴을 떠나는 비운의 여인을 연기했던 그레타 가르보의 공허한 눈망울에서 여왕이 가지는 모든 내면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크리스티나의 사랑을 향한 분투도 눈물겹지만 무엇보다 <퀸 크리스티나>가 가진 가장 정열적이고 절정의 무기는 바다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크리스티나(그레타 가르보)의 눈빛으로, 이것은 영화의 전체를 대표하는 아주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수많은 설명보다는 그저 하나의 눈짓으로 이 아름다운 여인이 처한 상황을 십분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우리의 ‘그레타 가르보’에게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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