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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an 03. 2019

<뜨거운 것이 좋아>(1959)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빌리 와일더의 <뜨거운 것이 좋아>는 코미디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흥행과 비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뜨거운 것이 좋아>의 성공 이후 마릴린 먼로의 연기 인생은 하향세를 타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여전히)노련하진 않지만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먼로의 모습에 넋을 잃게 된다. 먼로의 사소한 움직임이나 역동적인 댄스 등을 잡아내는 빌리 와일더의 카메라가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지경으로 말이다. <뜨거운 것이 좋아>가 마릴린 먼로를 위한 영화다.  


 빌리 와일더의 영화가 으레 그렇듯 <뜨거운 것이 좋아> 또한 유쾌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지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옆 집 창문을 훔쳐보듯 두근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영화 속의 여자들을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유독 <뜨거운 것이 좋아>가 영화 속 여성들의 '다리'를 면밀하게 훑어 내리는 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죠(토니 커티스)와 제리(잭 레먼)는 갱단에 쫓겨가며 여장을 하고 금발 여성 악단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때 만나게 되는 여인이 바로 마릴린 먼로, '슈가'다. 제리와 죠의 여장으로 인해 대범해진 카메라는 거침없이 여성 악단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고, 쉴 새 없이 쾌활하게 재잘거리는 여성들의 대화를 담아낸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요염하고 매혹적인 먼로의 모습을 포착하는 것에 많은 씬들을 할애하지만, 그와 비등하게 먼로를 포함한 여성들의 아름다운 각선미를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거슬리거나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리듬으로, 마치 뮤지컬 영화를 보듯 여성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낸다. 심지어 죠와 제리의 여장 시퀀스에서조차 그들의 매끈한 다리를 클로즈업해 보여주니, 역시나 빌리 와일더의 재치는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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