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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Dec 29. 2021

올해 마지막 영화, <램> 리뷰


*스포일러 없습니다.



조금 천천히 봐도 되지만, 궁금해서 그냥 개봉일에 보자 달려간 <램>. 내일 이사를 가고 이사간 후엔 슈를 집에 적응시키느라 당분간 영화관을 낮 시간에 가지 못할 것 같아 올해 마지막 극장 영화로 <램>을 정했다. A24 제작으로, '호러'라는 이름을 내걸고 마케팅할 때부터 너무 궁금해 손톱을 뜯으며 개봉만을 손꼽아 기다려 온 영화.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빌디마르 요한손 감독에, <밀레니엄> 시리즈와 <월요일이 사라졌다>를 통해 유명세를 얻은 누미 라파스가 주연을 맡았다. 오스카 수상 후보에도 올라, 상영 전 화제가 되었다.


'선물인가 악몽인가'라는 홍보 타이틀처럼, 어느날 헛간에서 태어난 양의 머리, 인간의 몸을 한 기이한 생명체를 두 부부가 자신들의 아이로 거두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호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실제 모습은 '호러'보다 '스릴러'에 가까우며, 잔혹 동화의 범주 아래 이해되는 줄거리들이 대부분이다. <미드소마> <유전> 등 기존 A24가 표방한 호러와는 좀 거리가 멀고, 굳이 따지자면 <킬링 디어>의 우화적 장면들이나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더 위치>와 비슷한 결이 있다. 시종일관 기괴하고 급 상황이 돌변하는 호러를 좋아한다면 분명 <램>은 취향에 맞을 듯.


1, 2 3장으로 구성된 전체 전개와 중간중간 나오는 은유의 장면들은 대놓고 종교의 색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성경을 알아야 이 영화를 재밌게 관람할 수 있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다. 여러 관점에서 심층 해석하기 좋은 영화이긴 한데, 그만큼 우화나 설화적 시퀀스들이 많고, 그들을 좇다보면 종교적 의미는 그저 거들뿐이라는 생각. 특정 부분의 시퀀스가 <토리노의 말>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엔딩 롤에 벨라 타르가 프로듀서로 있어서 좀 놀랐다. 영화의 전개나 결말을 쭉 되짚어 보며, 벨라 타르가 완성본을 보고 무척 마음에 들어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전반적으로 기존 A24의 다른 호러들보다 공포의 강도는 약한 편이지만, 트리거가 될 만한 게 제법 있다. 일단 피 범벅이 제법 나오고, 동물이 죽는 장면이 나온다. 그밖에 거부감을 일으킬 만한 장면은 딱히 없고, 기이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전반에 깔려 있긴 하나 초반 1, 2장의 전개가 다소 느리다. 의외였던 건 양/인간 역의 반인반수 '아다'의 CG. 처음부터 깜짝 놀라듯 아다의 몸과 머리가 드러나는게 아니라, 충분히 아다의 머리를 통해 양 임을 인지한 후에 거부감 없는 아다의 나머지 몸뚱이를 보여주는데, 이 묘사가 아주 잘 올라붙는다. 아무튼, 꽤 오랜 시간 <램>의 결말과, 결말 시퀀스 전체의 정적, 울부짖는 사람들, 아다의 눈빛과 몸짓, 그런 것들이 기억에 남을 듯.


보고 나니 작은 양인간 아다가 너무 귀여워 자꾸 쫑긋쫑긋하는 귀와 벌름거리는 코를 생각하게 된다.... 아다 너무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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