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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an 03. 2022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돈 룩 업>


*영화의 결말부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올해의 첫 번째 추천작은, 연말연시에 보기 좋은 영화 <돈 룩 업>.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으나 단번에 나의 넷플릭스 Best 3위에 랭크되었을 정도로 재밌게 보았던 작품이다. <앵커맨> <빅 쇼트> <바이스> 등을 연출한 아담 맥케이의 신작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샬라메, 조나 힐, 아리아나 그란데, 롭 모건 등 탑스타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기도 하다.


천문학자 두 명이 우연히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혜성을 발견하게 된다. 계산상 약 6개월 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지구가 사라질 거라 예측하는 두 사람. 반 년 밖에 남지 않은 대재앙을 알리기 위해 고위 관료부터 언론사까지 다양한 루트로 이를 전파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예상외로 시큰둥하다. '지구가 없어지는구나, 그런데?'


위 스크린샷에서 레오의 표정이 <돈 룩 업>의 전부를 설명해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돈 룩 업>은 인류에게 닥친 '아마겟돈'형의 재난을 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사라질 지구와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시간들보다 당장 직면한 정치, 사회적 문제들에 더 매달리고, SNS에 집착하고 가짜 뉴스 혹은 선동들이 판을 치는 등 지극히 '우리의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로 둘러싸여 있다. <마션>의 일부를 빌리자면 "우린 좆됐다"에 플러스 "그래서 어쩌자고?"가 붙은 격이랄까. 두 시간여의 거대한 블랙코미디이자 풍자극을 보는 느낌인데, 실상 지구와 혜성 충돌의 날에 다다를 때까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이를 지켜보며 낄낄 깔깔하는 재미가 엄청나다. 물론, 정말 우리의 현재와 맞닿아 있는, 특히나 코로나 정국에 아주 근접해있는 형태라 아주 편히 웃을 수만은 없지만 말이다.


앞서 말한 대로, '제정신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데, 이를 엄청난 입지를 자랑하는 배우들이 비호/호감 가리지 않고 골고루 연기해 기존에 알던 배우들의 대변신이 도출되는 방식을 바라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특히 평소에 안티 백서를 비판하는 일에 몰두하던 아리아나 그란데가 자신의 일상과 꼭 닮은 듯한 캐릭터의 연기를 펼치는가 하면, 메릴 스트립과 케이트 블란챗이 맡은 올린 대통령과 브리 앵커 역으로 인해 완벽한 '백치의 백인 권력'을 비판하기도 한다. 애초에 혜성을 발견하고 전 인류에게 경고해야 한다 혈안이 된 민디 교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또한, 중간에 잠시 회까닥하기도 하는 등 정말 'fucked up'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모두가 미쳐있다. 이런 장면의 연속이 계속되고, 진영과 진영의 대립과 비판과 비판을 또 비판하는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와중에 혜성과 충돌하기 직전, 몇몇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마지막 저녁 만찬을 즐기는 장면을 바라보며, 아담 맥케이는 사실 이 장면을 만들기 위해 <돈 룩 업>의 정신 나간 장면들을 쌓아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혜성을 박살 내기 위한 보여주기식 기술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 그대로 인류의 종말을 앞두고 있는 와중에 혼비백산하는 사람들 대신 각자 앉은 자리에서 최후의 만찬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는 결말 즈음의 장면을 통해, 재난을 마주하며 지난날의 감사를 떠올리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건 결국 없는 삶의 굴레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지. 그리고 그게 아담 맥케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돈 룩 업>의 메시지가 아닌지.


<돈 룩 업>이 재밌었고 취향이라면, 왓챠에 있는 <이어즈 앤 이어즈>를 추천하고 싶다. 지구가 망한다면 정말 이런 시나리오로 망할 것 같아 좀 섬뜩한 작품들이다.


참, 쿠키가 두 개다. 극장에서 볼 땐 엔딩롤 직후에 붙는 쿠키는 어지간하면 놓칠 일이 없는데 집에서 보면 엔딩롤 직전에 스킵 버튼이 나와버리니 놓치기 쉽다. 엔딩롤이 모두 올라간 이후 쿠키가 한 개 더 있다. 이걸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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