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영 Mar 14. 2022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애나 만들기>


이번 주 추천작은, 2018년의 '애나 소로킨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 '애나 소로킨 사건'은 제시카 프레슬러의 취재 기사로부터 밝혀졌으며, 뉴욕 사교계를 뒤흔드는 상속녀 행세를 했던 '애나 델비', 본명 '애나 소로킨'의 이야기다. 애나 소로킨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후 소로킨의 이야기를 4억여 원을 주고 넷플릭스에서 사들였고, 소로킨은 이 돈으로 벌금과 피해 배상금 등을 지불하는 데 사용했다는 소식이 밝혀지며 시리즈 자체도 화제가 되었다. 소로킨의 지인인 윌리엄스는 <내 친구 애나:가짜 상속녀의 이야기>라는 책을 써 베스트셀러로 오르기도 했다. 그 파장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사건이다.


독일 출신의 엄청난 상속녀로 갑자기 뉴욕 사교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애나 델비. 호화로운 생활을 SNS에 자랑하며 사교계 유명 인사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자신의 재단을 짓기 위해 주요 은행을 휘젓는 애나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기자 비비안이 애나에게 접근해 그 진상을 파헤친다.

최근 넷플릭스에 신분을 위장하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라마, 다큐멘터리 할 것 없이 쏟아지는데, 그 흐름에 중요한 획을 그은 시리즈. 매 회차마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실화다. 완전히 꾸며낸 부분만 제외하고'라는 문구가 인상적인데,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세간을 주목시킨 사건답게 시리즈 9부작 모두 공들여 만들어졌고, 스릴러와 추리, 르포의 경계 사이를 넘나드는 장르의 서사가 흥미롭다. 일단 <애나 만들기>가 사기꾼 시점이 아닌 기자의 취재 방식에 초점이 맞춰 있어 재밌었고, 사람마다 다른 입장을 여러 관점으로 보여주는 연출 또한 볼만했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리플리>가 계속 생각나기도 했고.


무엇보다, 법정에서조차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 대담무쌍한 등장을 보였던 '애나 소로킨'을 연기한 줄리아 가드너의 모든 면을 바라보는 게 제일 즐거웠다. 딱 봐도 '재수 없고 당당한' 백인 여성의 연기가 너무 찰떡같았고, 뉴욕 사교계를 주로 하는 만큼 다양한 패션과 명품들이 등장하는 것도 대체로 눈이 즐거웠던 편. 다만, 초반보다 후반의 힘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애나 소로킨이라는 소시오패스에 대한 일정 부분 이상의 미화가 후반에 다소 드러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시리즈 자체가 주인공에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지고 대체로 미화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 역을 줄리아 가드너라는 특색 있는 배우가 맡다 보니 좀 더 그렇게 느껴진 듯. <하우스 오브 카드>의 몇 캐릭터가 생각나기도 했다.


때문에 여러모로 각 잡고 보기보단, 매 회 에피소드를 소비한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보기 좋은 시리즈. 회당 60분 남짓이라, 그리 길지는 않다. 특히 이 사건을 원래부터 주목했던 사람이라면,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사건의 중심을 파헤치는 기자의 시선 때문에 만족도가 더 높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