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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Aug 03. 2022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를 둘러싼 논란



쿠팡 계정을 쓰지 않아 쿠팡플레이 구독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다만, 쿠팡플레이 오리지널로 올라오는 드라마가 궁금해 몇 번 기웃거린 적은 있다. 그러던 중 <안나>라는 작품이 공개되었다. <안나>는 정한아 소설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각색한 드라마고, 원작을 훌쩍 뛰어넘는 연출력과 각색이 빛난다는 이유로 몹시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쿠팡플레이를 구독 중인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안나>가 너무 궁금해서 좀 빌려 보겠노라고 부탁했고 친구는 흔쾌히 수락했다. 난생처음 쿠팡플레이를 <안나>를 통해 체험했다.


<안나>는 6부작이기 때문에 부담도 없었다. 한국 드라마치고는 짧지만, 많은 OTT들이 내놓는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대체로 짧은 편이고, 넷플릭스의 <D.P>도 6부작, 그 정도 호흡을 감안하면 가능한 일이었다. <안나>를 처음 틀었고,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정주행하며 그때까지의 방송분 모두를 보았다. 주연을 맡은 수지는 물론이고 걸출한 배우들이 모두 자기 몫을 하고 있었다. 한달음에 드라마를 다 달려보고 마지막 화가 공개되기까지를 기다리며, <안나>의 OST인 '라 에스메랄다'의 원곡과 변주를 모두 챙겨 들었다. 심지어 그걸 자꾸 흥얼거리게까지 만들었다. 마치 <헤어질 결심>의 '안개'처럼.


<안나>의 후반부는 초중반부보다 다소 무너지는 듯 스치는 서사를 가지고 있었다.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서사는 다소 허술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이 감독이 의도한 점프 컷이었다면, 이 정도도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연출이었다. 사실, 나는 <안나>가 정말 좋았다.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적이 없는 수지가 굉장히 능동적으로 존재하는 드라마이며, '안나'를 둘러싼 많은 조연들, 그리고 첫 장면부터 그 장면이 다시 반복되는 어떤 순간이 오기까지 정말 몰입하며 제대로 즐겼던, 최근에는 이런 적이 거의 없어 혀를 내두르던 한국 드라마였다.


얼마 전 쿠팡플레이가 멋대로 <안나>에 대한 작품 훼손을 감행했고, 이는 감독의 동의 없이 벌어진 작태임을 고발하는 기사가 떴다. 기사는 아래와 같다.


https://news.v.daum.net/v/20220802155659157


몹시 만족하며 보았던 드라마 <안나>에 대해, 이곳에서 어떻게든 이야기를 한번 꺼내고는 싶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게 될 줄은 몰랐다. 기사에서 밝혀진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안나>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의 동의 없이, 8부작에서 6부작으로 줄여졌으며, 쿠팡플레이는 이 과정에서 외주자를 두어 일방적인 편집을 감행했고, 그 결과 8부작의 <안나>와 쿠팡플레이의 편집이 감행된 6부작의 <안나>는,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없을 정도라 당혹스럽다는 이주영 감독의 입장을 읽으며 정말로 당황스러웠다. 이주영 감독은 3년 8개월에 걸쳐 <안나>의 극본 집필을 완려했으며, 2021년 10월부터 2022년 3월 말까지 촬영을 모두 마쳤고, 이후 <안나>의 편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후 쿠팡플레이는 연출자와 제작사 사이의 상호 조율 없이 8부작을 6부작으로, 감독의 의도와 상관없는 편집이 이루어진 지금의 <안나>를 방영했고, 이주영 감독은 이를 보며 본인 뿐만 아니라 주조연 배우들, 스탭들 등 이 드라마를 함께 만든 사람들이 몹시 상처받았다고 토로했다.


제작사의 입김이 연출자보다 훨씬 센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할리우드나 발리우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연출 단계나 극본의 집필 단계, 어떤 장면이나 서사를 넣고자 연출자나 각본가, 혹은 배우에게 디렉션을 하거나 조율을 하는 경우가 아닌 '독단적으로' 작품에 수정을 가하고, 그를 연출자 모르게 진행하였으며, 수정된 편집본을 역시 연출자의 동의 없이 서비스하는, 이런 일은 정말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사건을 접하고 <안나>에 대한 좋은 기억을 더 이상 곱씹을 수 없게 되었다. 5-6부 회차에 급작스럽게 흘러가는 어떤 장면들, 어떤 서사들, 허술하다 이건 좀 이상하다 생각했던 모든 부분들이, 실은 이 드라마의 연출자인 이주영 감독을 배제시킨 채 쿠팡플레이에서 독단적으로 진행한 어떤 작업 때문이었다 생각하면, 정말로 속이 거북해진다.


쿠팡플레이는 아래와 같은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여전히 아리송한 부분이 차고 넘침은 물론이다.

 모쪼록 감독의 요구를 수용하여, <안나> 원래 버전을 다시   있는 기회가 찾아오길 바란다. 지금의 <안나> 내리고, '감독판'이라는 이름을 걸고 릴리즈될, '진짜 <안나>' 말이다. <안나> 관한 이야기는 그때가 되어야 다시   있을  같다.


https://n.news.naver.com/entertain/movie/article/108/0003076329?lfrom=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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