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지난 8월 5일에 공개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샌드맨> 시즌 1. DC코믹스와 워너브라더스 제작으로,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닐 게이먼의 그래픽노블 '샌드맨'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꿈결의 지배자 '꿈(모르페우스)'이 주인공으로, 어떤 계략으로 인해 100년 동안 인간 세계에 감금되어 있다가, 100년이 지난 이후 그 결계를 뚫고 꿈결로 복귀해 변해버린 세상과 여러 가지 모험, 사건을 다루는 내용이다. 마블의 '샌드맨'이 워낙 유명한 빌런이었기에 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라고 착각하기 쉽다. 또한 다른 마블이나 DC의 그래픽노블과는 달리 '샌드맨'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미권에는 골수팬이 워낙 많이 이번 시리즈를 발단으로 좀 더 대중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개인적으로 그래픽노블을 방대하고 디테일하게 읽지는 않으나, '샌드맨'만은 예외로 두고 있다. 닐 게이먼이 이름을 붙여 탄생한 캐릭터인 '샌드맨'이 '신화'와 '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인데, '샌드맨'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어느 한 캐릭터, 그러니까 인간의 캐릭터가 아닌 관념들-꿈, 욕망, 절망, 죽음 등-이고, 그리스로마신화를 변형한 여러 화신과 천국과 지옥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 골수팬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수많은 그래픽노블 중 유일하게 정주행한 시리즈이고, 때문에 <샌드맨>의 드라마화를 약간은 근심스럽게 바라본 사람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의 내용이 워낙 많을뿐더러, 여러 관념들의 캐릭터성을 원작에서 갖추고 있다고 해도, 궁전이나 환상, 수많은 꿈결을 오고 가는 장면들을 어떻게 연출할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너무 만족스럽게 <샌드맨> 시즌 1 정주행을 마쳤다. 그래픽노블 '샌드맨'이 워낙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시리즈 <샌드맨> 시즌 1에서 공개된 분량은 본편 분량의 1, 2권 정도. 그것도 순서대로는 아니고 몇 에피소드를 건너 뛰기도 하고 약간은 압축해서 진행하기도 했는데, 놀랍게도 그 디테일이 생각보다 너무나 잘 빌딩되어 있어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거야말로 넷플릭스의 존재 가치가 아닌가'하고 감탄하면서 관람했다. 앉은 자리에서 쭈욱 10화까지 거의 쉬지 않고 주행을 마친 건 덤.
원작의 팬들에게도 놀라운 작품이겠지만, 단지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고 특히 다크판타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호평을 받기 충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을 접하지 않고 드라마만으로도 전체 스토리를 이해함에 전혀 거리낌이 없고, 사건이 대체로 시간순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하나의 큰 사건에서 가지치고 나오는 여러 에피소드가 붙어 있는 형태라, 매 에피소드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시점과 관점 또한 달라 바뀌는 서사와 연출, 그리고 종국에는 멀리 떨어져 전체를 한 번에 조망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재미가 있다. 원작의 그래픽노블에서 구현된 많은 요소들, 이를테면 '꿈'의 궁전이라든지 '루시퍼'가 통치하는 지옥의 공간이라든지 하는 장면들의 디테일이 굉장히 뛰어났고, 판타지 장르의 드라마에서 CG를 활용함에 있어 교본으로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구현이 잘 되어있다. 원작의 분위기를 위배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캐릭터의 외모와 성격, 다양한 면모들을 스위치하거나 재창조하여 전방위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주인공 '꿈'을 맡은 톰 스터리지와 원작과의 싱크로율, 굵고 낮은 저음으로 완성되는 캐릭터의 화룡점정이 일품이다.
대중성을 고려해서 현재의 <샌드맨>을 만들었을 테고, 아주 고어한 요소가 없는 건 아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원작의 아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원작을 뛰어넘는 하드고어 혹은 그에 비등하는 공포 장르를 좀 더 다양하고 깊게 연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즌 1이고,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가 방대한 만큼(못해도 시즌 3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다), 조속한 다음 시즌 공개를 기다리며 이어질 수많은 에피소드들과 스핀오프들을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