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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Sep 15. 2022

아마존 프라임 반지의 제왕 드라마, <힘의 반지> 시작


<반지의 제왕>의 드라마인 <힘의 반지> 시리즈가 지난 9월 초부터 아마존 프라임에서 방영되기 시작했다. <반지의 제왕> 실사 시리즈, 보다 앞서 톨킨의 팬으로, 드라마화의 소식을 듣고 꼬박 출정을 기다린 지 5년 만이다. 처음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했다고 들은 게 아마도 2017년 말, 역대 최고의 제작비인 2조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 이야기하는 동시에, 피터 잭슨의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 명명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은 거기서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외 톨킨의 세계관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가 나온다면 그 이후이거나 이전을 다뤄주었으면 좋겠다고 줄곧 소망해왔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시즌 5까지 이어질 대장정을 시작한 <힘의 반지>는 시대상으로 <반지의 제왕>보다 약 2천 년 이전의 시기인 '2시대'를 다룬다. <호빗>의 실사 영화보다도 훨씬 이전이며, 심지어 영화판에 등장했던 호빗족의 머나먼 조상 격인 하프풋이 등장하는 시기다. 실마릴리온 전쟁 이후 인간 중에서 특혜를 받고 있던 누메노르인들이 등장하며, 누메노르의 몰락 이후 가운데땅으로 돌아온 인간들이 새로운 악의 자리를 꿰어 찬 사우론에 대항하는 시기의 이야기다. <힘의 반지>를 아주 디테일하게 제대로 이해하려면 톨킨의 '실마릴리온'부터 흔히 톨킨의 '레젠다리움'으로 불리는 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진입 장벽이 있다. 우선 흥행을 했던 실사영화들과 이어지는 주요 인물은 갈리드리엘과 사우론 정도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테다. 더불어 인간보다는 요정의 관점에서 <힘의 반지>가 진행되니, <힘의 반지>를 제대로 즐기려면 사실상 <반지의 제왕> 영화화 버전을 어느 정도 잊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힘의 반지>의 모토가 되는 레젠다리움과 출간된 '실마릴리온' 원고는 아마존프라임이 판권을 완전히 사 들이지 못했고, 또 톨킨 사후에 출간된 책들이 상당하기에, 아마존프라임은 이 톨킨 세계관의 빈 틈을 어느 정도 창작해 덧입히고 각색해 <힘의 반지>를 창작했다. 극성 톨키니스트들에게는 혀를 내두를 만한 설정을 보여주고 있어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대체로 <힘의 반지> 드라마에 만족하는 추세다. 물론 <반지의 제왕>의 영화화 때도 <힘의 반지>와 같은 논란은 있어왔고, 다른 측면으로 <해리포터> 시리즈 또한 그래왔기 때문에 논란 자체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수준. 게다가 나는 원래 설정을 고수하는 극성 톨키니스트도 아닌지라 아주 즐겁게 이 '돈 엄청 들였음이 다분히 보이는'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아직 시즌 1의 초반을 달리고 있으며 예상하건대 <힘의 반지> 시즌 1에서는 큰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기보다 등장 종족의 설명, 사우론의 기원 등 소개가 주로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다만 <힘의 반지>의 주인공은 애초 예고편에서 보여지듯 갈라드리엘(젊은 시절의)이 맞고, 갈라드리엘과 엘론드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갖는 요정족 길갈라드 등도 존재하던 시기이기에 다양한 요정족의 선봉장(...)들이 등장한다. 요정의 관점에서 <힘의 반지>의 초반이 시작됨고 동시에 중간계의 여러 부족들이 요정과의 만남 혹은 마찰을 이루며 사우론에 대항하는 서사가 이어지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힘의 반지>의 시기는 앞서 말한 2시대, 그러니까 1시대에서 '모르고스'라는 절대 악을 기반으로 한 전쟁이 전개되고 이 전쟁에서 패배해 모르고스가 사라졌으나 모르고스의 세력 중 하나던 '사우론'이 태동하는 시기다. 크게 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반지의 제왕> 영화화와 <호빗>의 영화화에 나오는 서사에서의 '아주 강력한 사우론'의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갈라드리엘을 비롯해 사우론의 존재를 시작부터 지켜보았던 종족들의 역사를 바라보는 게 <힘의 반지>의 골자가 아닐까 싶다. 2시대의 이 과정에서 탄생하게 되는 것이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힘의 반지'로, 총 19개의 반지가 2시대를 관통하게 된다.


<힘의 반지>에 등장하는 종족과, 종족별 특성, 그리고 2시대를 아우르는 줄거리를 정리해 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시즌1이 끝나고 나서 뭔가 윤곽이 잡히면 이야기해 보고 싶다. <반지의 제왕>과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반지의 제왕> 자체는 3시대의 가장 중요한 '반지 전쟁'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 시기가 길지 않다. 이에 반해 드라마 <힘의 반지>에서 다루는 2시대는 '힘의 반지' 출현부터 따지고 본다면 너무나 방대한 기간과 서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시즌 5까지 <힘의 반지>의 스토리가 어디서 어떻게 끊기고 이어지며 원작의 어떤 부분을 취하고 버릴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힘의 반지> 첫 화에 등장한, 다른 행성에서 떨어진 듯한 정체불명의 남자, 그리고 주요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게 예상되는 하프풋의 '노리' 또한 <힘의 반지>를 통해 고유 창작된 새로운 인물들이다. 앞선 영화화 작품들처럼 줄거리가 완벽하게 나와 있지 않은 와중에 창작된 각본이 다수를 이루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즌을 거듭하며 변화할 확률도 높다.



이러나 저러나 <힘의 반지>는 정말 대작임은 분명하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세트를 짓고, CG에 가감없이 투자한 덕분에 드라마의 때깔은 정말 역대급이다. 주요 서사까지 가닿기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너무 정교하고 아름답게 짜인 2시대의 면모를 보는 것만으로도, 또한 영화판에서 잠시 등장했던 갈라드리엘이 '사우론'이라는 악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왜 대항하고 저항하게 되는지를 미뤄 짐작해볼 수 있게 만드는 것, 새로운 종족의 출현과 완벽하게 창조된 판타지 세계관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황홀경에 빠지기 충분하다. 우선 시즌 1이 마치고 나서야 <힘의 반지>의 전반적 분위기를 점쳐볼 수 있겠지만, 불과 몇 편이 공개된 지금으로는 아주 만족스럽다. <반지의 제왕> 팬들이 봐도, 아예 이 드라마를 통해 톨킨과 반지의 세계관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봐도, 어느 쪽으로든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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