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오랜만에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가져왔다. 사실 애플TV+ 드라마 중에 추천하고 싶은 작품들이 정말 많은데, 다른 OTT처럼 정기 구독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이벤트를 통해 반 년 넘게 다시 재구독을 하게 되어 애플TV+ 드라마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소개해 보려고 한다. <파친코>를 제외하면 두 번째인데, 사실 앞서 소개한 <파친코>는 특별한 상황에서 화두가 된 드라마라 추천한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OTT를 구독하기 시작하면서 '정말로' 재미를 느꼈던 드라마부터 소개하고 싶었고, 머릿속에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첫 번째 드라마는 바로 <테헤란>.
<테헤란>은 다니엘 시르킨 감독에 다나 에덴 각본/제작으로, 한국에는 조금 생소한 이름의 연출진이 대거 포진한 첩보 스릴러 드라마다. 제목 그대로 '테헤란'을 거점으로 벌어지는 일이며,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를 넘나드는 해커 및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해커 요원 '타마르'가 이란의 원자로를 파괴하기 위해 테헤란에 잠입하지만, 이란의 요원들로 인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 예상치 못한 관계를 맺는다. 주연 '타마르'는 이스라엘의 신인 배우 니브 술탄(위 포스터의 주인공)이 연기해 그녀를 단박에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했으며, <테헤란> 시즌 2에서는 글렌 클로즈가 출연해 열연하며 화제를 낳았다. 애플TV+와 이스라엘 방송 KAN이 공동으로 제작했으며, 에미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첩보물이라 배경이 무척 색다르다며 가볍게 시작했으나, 1화부터 빠르고 탄탄하면서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통통 튀는 서사와 연출에 금세 매료되었다. 시즌 1은 8화, 시즌 2 역시 8화로 두 개의 시즌 모두 16부작 정도의 이야기이기에 길지 않은 편이기도 하지만, 매 화를 끌어가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조절하는 방식이 예의 첩보물보다 전개가 더 빠르고, 유머러스한 구석이 전혀 없이 박진감 있게 사건을 밀어붙이기 때문에 '첩보 장르'로는 정말 오랜만에 크게 만족한 드라마였다. 스파이의 집요함과, 각자의 이익이 충돌하는 단체와 요원들, 뜻하지 않게 엮이는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그걸 끊어 내야만 하는 숙명, 쫓고 쫓기는 모든 사건들이 유려하게 흘러간다. 선과 악의 구분 없이 순수하게 명령 혹은 지령, 또는 이익이나 사명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테헤란>의 골자인데, 이 주조연들의 운명이 시시각각 변하는 걸 시즌1-2에 걸쳐 바라보는 게 정말 재밌다. 첩보 장르라면 잠입, 혹은 적을 설득하거나 협상, 또는 변장하거나 하는 일에 대한 기대가 큰데, '첩보'하면 떠오르는 모든 걸 버무려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애플TV+에서 정말로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 하나를 꼽자면(2022년 기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테헤란>을 꼽고 싶을 정도.
<테헤란> 매 시즌에 1화 정도 입을 떡 벌리고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드는 장면으로 끝내는 회차가 있는데, 이 전통이 시즌 3에도 유지가 될까 궁금하다. 2022년 5월 즈음 시즌 2로 마무리되어 2023년에 공개 예정인 시즌 3을 기다리고 있으며, 공개 일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 여러 낭설에도 불구하고 시즌 3이 나올 게 확실한 건, 시즌 2의 마지막 화가 아주 충격적으로 끝났기 때문이고, 시즌 1에서부터 쭉 이어진 스트리밍 성적이 아주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즌 3에는 글렌 클로즈 급의 배우 한 명이 더 등장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
아무튼 내년에 공개될 시즌 3이 앞선 시즌 1, 2와 잘 어우러져 완벽한 마무리를 맺게 된다면, <테헤란>은 드라마사에 남을 만한 첩보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까지는 애플TV+ 독점 스트리밍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크게 보급화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게 안타까울 정도. 다만 앞으로도 애플TV+ 제작과 독점 공개가 이어질 예정이라, 신규 애플TV+ 가입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이 드라마를 추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