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안나 포스터가 감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루>. JJ 에이브람스가 제작자 중 한 명에 속해있는데, 영화의 결과 사실 큰 관련은 없다(...). 62세 배우인 앨리슨 제니가 '루' 역할을 맡았고, 저니 스몰렛, 로건 마샬그린, 매트 크레이븐 등 얼굴이 잘 알려진 조연들이 출연한다. 넷플릭스에서는 9월 23일에 공개되었으며, 스릴러와 액션 장르 사이를 오가는 영화다.
워싱턴의 외딴섬에서 반려견 잭스와 함께 사는 '루'. 마을 사람들과 섞이지 못한 채 고립된 생활을 하는 루는 아무도 모르는 계획을 세우며 곧 들이닥칠 거대한 폭풍우에 대비한다. 폭풍 전날, 이웃집에 사는 해나의 어린 딸 '비'가 돌연 납치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루는 해나, 그리고 반려견 잭스와 함께 비를 찾아 나선다. 이 불편하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 루의 비밀이 드러난다.
줄거리만으로 다소 고루하고 지루한 미국 납치/스릴러 영화의 답습이 아닐까 싶지만, 주인공의 성별을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길 만해진다는 아이러니의 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에 다소 시니컬한 말투와 연기를 보여줬던 앨리슨 제니의 액션이 어떤 식으로 발화될까 몹시 궁금했고,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을 어느 정도 차지한다고 생각했는데 <루> 같은 류의 액션물에 너무 잘 녹아있어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여성이 희생당하거나, 함께 하는 동물이 무자비한 폭행 속에 사망하거나 하는 클리셰가 있는데, 그런 클리셰들을 없이 다소 안전(?)한 서사를 발판 삼아 결말에 이르는 구조 또한 볼 만했다.
초반부터 낌새가 풍기긴 하지만, 이웃과 친근하게 지내지 못하고 무언가 비밀을 잔뜩 숨긴 채 사냥에 몰두하는 '루'가 숨기고 있던 비밀은 전직 CIA요원이었다는 사실. 섬에 고립된 채 살아가는 루의 정체와 맞물려 그저 잘 어울리지 못하던 이웃으로 보인 루와 해나의 관계, 그리고 비와 비를 납치한 해나의 남편과의 관계가 중반 이후 실타래 풀리듯 천천히 설명된다. 복선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며 전개를 어느 정도 예측하게 하는 몇몇 장면과 지점들은 아쉽지만, '부모가 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여성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랑과 고통을 인내하는 과정을 그린 서사로 나쁘지 않았고, 킬링 타임으로도 적격인 영화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반려견 잭스가 어떤 위해도 입지 않는다는 것!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댕댕이 죽이면 어쩌지'하며 흐린 눈으로 바라봤는데, 강아지가 죽지 않고 감초 역할도 곧잘 해주어 이런 쪽에 트리거가 있으신 분들은 안심하고 봐도 되겠다.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