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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17. 2022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글리치>

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글리치>. 한국 드라마로는 보기 드물게 SF에 스릴러를 끼얹은(!) 여러 장르의 혼합을 꾀한 드라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되었고, 영화제 공개 바로 다음 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호평을 받은 <SF8-만신>을 연출한 노덕 감독 연출작이며, <인간 수업>을 쓴 진한새 작가가 각본 작업을 했다. 전여빈과 아이돌 나나가 투톱 주연을 맡아 일찌감치 화제가 되었던 작품.


전반적으로 '외계인' 장르를 타는 듯 SF로 밀고 나가다가, 여기저기 음모론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하는 미스테리 드라마. 어릴 때 외계인과 접촉한 후 외계인이 보이기 시작한 지효(전여빈)와, 어릴 때 이후로 줄곧 외계인을 추적하고 그 실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 보라(나나)가 갑작스런 지효의 남자친구 시국의 실종 사건을 계기로 아주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시국의 행방을 쫓던 지효는 시국의 실종이 외계인과 관련되어 있다 확신하고, 보라와 합세해 이 미스테리에 대한 실체를 밝히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SF장르에 스릴러, 음모론이 융합된 장르의 드라마이기 때문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치고 다소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어 아쉬운 작품. 더불어 <글리치>의 주된 소재와 배경은 외계인도, 추적극도 아닌 '사이비 종교'인데, 이 집단을 통해 음모론과 기현상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글리치> 내에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과 상황들은 이미 꽤 오랜 시간 우리 주변에 '음모'와 '가설'로 집합되었거나 실제 사건으로 일어났으나 그 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 현상들을 다룬다. 이 중점에 사건의 발단이자 핵심이 되는 '지효'라는 인물이 있고, 처음에는 그녀와 절대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행동하나, 종국에는 지효의 조력자가 되는 '보라', 두 사람의, 다시 말해 전여빈과 나나의 케미가 아주 돋보인다. 특히 투톱이라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을 거의 끌어와 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전여빈의 경우, 기이하고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극의 모든 묘한 분위기를 거의 멱살 잡듯 끌어가며 폭발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지효'의 캐릭터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도 남아있고, 그저 매일에 충실하며 공허하게 살다가 남자친구의 실종 사건 이후 일종의 각성을 하게 되는 셈인데, 이와 얽힌 캐릭터 변화를 충실하게 소화해낸다. 더불어 지효를 도와주는 동시에 지효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등 티격태격하는 서사를 보여주는 보라 역의 나나 배우 역시, 시끄럽고 뻔한 설정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충분한 캐릭터를 좀 더 풍성하게 해주었다. 다만 <인간 수업>에 이어, 작가 특유의 성질인지 모르겠으나 비속어를 시도 때도 없이 남발하는 설정은 실드 쳐주기 어려울 수준이지만.


<글리치>는 지효와 보라의 버디무비인 동시에, <싸인>과 '오대양 살인사건' 등의 픽션/논픽션이 복합되는, 약간의 '팩션' 같은 서사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극의 흐름은 유려하지만 <글리치>가 가진 소재를 풀고 좇아가는 서사는 결코 평이하거나 다수의 취향을 저격할 만한 것이 아니기에, 호불호는 심하게 갈릴 수밖에 없을 테다. <글리치>를 보면서 <보건교사 안은영>, <구경이> 등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이 시리즈를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와 같이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여성들의 이야기, 혹은 여성 투 탑 서사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듯. 동시에 <글리치>는 넓은 의미로 백합물로도 확장되기에, 퀴어 서사의 선상에 놓고 이 시리즈를 관찰하는 것 또한 몹시 재밌다.


B급 감성을 충실하게 살리면서도 배우들의 캐릭터 운용 및 해석 능력이 탁월할 수준이라 생각되는 드라마는 몇 없는데, 그게 또 '한국 드라마'라니. 보는 내내 꽤 흥미로웠다. 되돌아 생각하면 전여빈의 하드캐리, 그리고 백주희, 고창석, 이동휘 등의 조연들이 극 대부분을 빛나게 해주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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