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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Dec 05. 2022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더 원더>




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원더>. 엠마 도노휴의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판타스틱 우먼>의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원작 소설가도 각본에 참여했다. 플로렌스 퓨가 주연을 맡았고,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1862년 크림 전쟁 직후의 아일랜드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무척 독특한 영화. 크림 전쟁 참전 간호사인 '라이트 부인(플로렌스 퓨)'은 4개월 동안 물 외의 음식을 일절 섭취하지 않아도 멀쩡히 살아 있는 소녀 '애나(킬라 로드 캐시디)'를 조사하기 위해 위원회에 고용되어 애나가 살고 있는 마을에 파견된다. 라이트 부인은 위원회의 요청대로 애나 가족의 집에서 밤낮으로 머물며 애나를 감시하는 동시에 무언가 이 가족의 이상함을 깨닫게 된다.


<더 원더>를 선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이유일 테지만, 플로렌스 퓨가 주연을 맡았기에 이 영화를 선택한 사람들은 모두 의심의 여지 없이 완전 만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초반부터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이야기로, 이것은 영화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영화의 마지막에서도 이것을 한번 더 반복한다. 이런 커다란 액자 구성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이야기가 시작된 후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하드캐리하는 플로렌스 퓨의 존재감 때문에 시간이 훌쩍 갈 정도. 크림 전쟁 직후 기근에 시달리는 음울하고 절망적인 시대의 배경을 세밀하게 담아낸 연출과 더불어, 마치 실제로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듯한 표정, 몸짓, 코스튬의 삼위일체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플로렌스 퓨의 '라이트 부인' 역 덕분에, 영화에 한층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더 원더>는 과한 믿음, 혹은 광신의 틈새로부터 시작되어, 맹목적인 믿음과 잘못된 신뢰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떤 파국으로 치닫게 만드는지를 그린 영화다. 그 과정에서 한 마을의 이방인이자 외부인인 '라이트 부인'은 일종의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이 종국에 이르러서는 한 아이와 자신의 삶 자체를 바꾸게 된다. 영화 전반의 분위기가 침착하고 차분하며 동시에 어둡기 때문에, 라이트 부인이 후반에 애나, 혹은 본인의 삶을 위해 대대적인 결단을 내리는 부분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외딴 마을에 파견되어 조금씩 마을에 스며들고, 그와 동시에 점점 드러나는 마을과 가족의 진실, '종교'라는 이름 아래 숨기고 있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까지의 엄청난 서사를 변화하는 '라이트 부인'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으니, <더 원더>는 플로렌스 퓨의 필모에서 반짝이며 빛나게 될 독특한 필모가 될 것이라 예상해본다.


전반적으로 호흡이 상당히 느린 편인데도 앞서 말한 라이트 부인의 연기와, 그녀와 거의 핑퐁을 이루는 소녀 애나 역의 킬라 로드 캐시디의 연기, 두 사람을 받쳐주는 조연과 배경의 연출이 좋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영화. 구원과 믿음, 위선과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영화였고,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을 위한 방향을 선택한 라이트 부인의 결심이 결말에 이르러 빛나는 영화였다. 모든 관념이 종이 한장 차이 혹은 안과 밖으로 이루어져있음을 증명하는 오프닝과 클로징의 멘트도 오래 기억에 남을 듯. 중간중간 감독이 일부러 의도한 듯 묘하게 전환되는 시퀀스들이 인상적이었고, OTT가 아닌 큰 화면의 극장에서 봤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넷플릭스 영화는 참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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